[시민기자]국가와 민생의 안녕을 빌다
[시민기자]국가와 민생의 안녕을 빌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10.2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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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중요한 문화 유산 ‘진주 사직단’
제사로 풍년 기원…정신적 근간 되새김
주택들이 오밀조밀 모여 만들어낸 미로 같은 골목길을 지나간다.

목적지는 네이버 지도, 구글 지도에 이름을 검색해도 바로 나오지 않는 곳이다. 문화재청 홈페이지에서 소재지를 찾아, 지도에 검색했다. 모험가가 된 것 마냥, 한 손엔 나침반 대신 GPS 위치를 알려주는 스마트폰을 들고 ‘경상남도 진주시 상봉동 1246-1’를 찾아갔다.

어느새 목적지를 향한 길은 하나만 남았다. 모험가의 나침반은 진주 경진고등학교의 북서쪽을 가리키고 있다. 담벼락에는 알록달록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있다. 새빨갛게 잘 익은 복숭아, 새끼들에게 모이를 물어다 주는 어미새, 몽환적인 분위기의 겨울 숲속 사슴, 화려하게 핀 벚꽃나무 등의 벽화는 가는 길에 더욱 힘을 보태어 준다.

더웠다가 서늘했다가 하는 요상한 날씨 속, 뜨거운 태양빛은 나그네의 겉옷을 벗게 만들었다. 조금만 더 길을 오르다 보면 큰 나무들이 그늘을 이루고 있는 곳이 나온다.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는 널찍한 평지에 정갈한 모양의 돌들이 반듯하게 놓여있다. 경상남도 기념물 제291호인 진주 사직단이다.

흔히 사극 드라마 나오는 대사 “전하~ 종묘사직의 안위를 지키시옵소서”에서의 ‘사직’이다. 종묘는 역대 왕과 왕비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을 뜻하고, 사직은 농업을 상징하는 토지 신(社 사)과 곡식 신(稷 직)에게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말한다. 농업은 조선의 근간이었던 만큼, 사직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제례였다. 한양에서는 임금이 직접 제사를 올렸고 지방에서는 왕 대신 수령들이 해마다 제사를 올려 국가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했다.

진주 사직단은 조선 건국 후 각 지방마다 사직단이 설치될 때 함께 설치되었다고 한다. ‘진양지’와 ‘동국여지승람’에는 진주 사직단이 진주 서쪽 5리 대롱사 위쪽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제단은 2개로 만들어 사단은 동쪽에 직단은 서쪽에 배치하여 북쪽에서 남쪽으로 각각 3층 계단을 쌓았다고 한다. 땅은 네모나다는 상징으로 사직단은 정사각형으로 된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천년 역사를 가진 진주도 당연히 조선왕조 역사와 함께 국가의 안녕을 기원해 왔다. 500년이 넘는 오랜 기간 역사의 중심을 지켜온 종묘사직은 일제에 의해 맥이 끊겨 버렸다. 일제는 조선의 전통과 근간을 흔들기 위해 1908년 순종 황제를 통해 사직제를 폐지한다는 칙령을 내렸다.

일제에 의해 전국의 대부분의 사직단은 훼손되거나 없어졌지만 진주 사직단은 제단과 담장, 출입 시설의 흔적이 남아있는 중요한 문화 유적이다. 사직단 터에 남아있는 바위들을 보며, 옛 조상들이 제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떠올려 본다. 사직단이 높은 언덕에 있는 덕에 광활한 가을 하늘과 진주 시내 일대의 모습이 시원함을 가져다준다.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바뀌어 옛 전통의 제사 문화 역시 가정 내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사라진다 해서 잊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일제가 우리 민족의 정신 근간을 파훼하려 했어도, 끝내 우리 민족의 얼은 남았다. 진주 사직단을 찾아가 우리네 조상들의 정신적 근간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김해찬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진주 사직단 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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