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개천의 제단에
[천왕봉]개천의 제단에
  • 경남일보
  • 승인 2021.10.2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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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논설위원)
‘위드코로나’ 소리에 정신을 차려 문득… ‘꿈을 깨어 창문을 여니 창밖에는 가을이 와 있었다(추일서정)’는 전광용의 시에서 처럼 가지마다 휘어진 푸른 감들은 알알이 등불을 켜고 있다. 우리들의 소월(素月)은 서리가 하얗게 내린 들판을 보며 일찍 갈무리를 끝낸데 안도하며 무상한 세월에 눈물을 흘린다. 엊그제가 상강(霜降)이었으니 옛 시인의 추일서정도 지금 쯤이다.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만산홍엽(滿山紅葉)도 떨어져 땅에 구르면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처럼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을 일찌기 구르몽도 ‘우리도 언젠가는 가련한 낙엽인데 시몽. 너는 좋으냐 낙엽밟는 소리가’라고 묻는다. 모두가 조락(凋落)해 애상에 젖는 계절이다.

▶옛 선비들은 이 계절이면 벗을 청해 국화주 한잔에 시연(時宴)을 열며 가을을 노래했다. 한 해의 수고로움의 댓가에 감사하고 풍부한 감성에 순응하는 것이다. 바람소리가 지상의 모든 것을 싣고 가버리는 천리에 순응하는 계절이다,

▶이 계절에 우리는 해마다 개천(開天)의 제단을 쌓고 한바탕 축제를 벌였다. 음력으로 10월 3일이니 서리 하얗고 만산홍엽이 낙엽지고 들판 가을걷이가 끝난 이 즈음이다. 지난해 건너 뛴 예술제가 기사회생, 위드코로나로 되살아 난 것이다.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면면히 이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개천예술제. 겸허히 제단을 쌓고 축제를 열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잠시라도 조락을 잊음에 환호한다. 개천예술제여 영원하라.
 
변옥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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