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고등교육의 도전과 미래② 넘어야 할 한계
[아침논단]고등교육의 도전과 미래② 넘어야 할 한계
  • 경남일보
  • 승인 2021.10.3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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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필자는 지난달 이 난에서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위기의 원인에 대해 분석해 보았다. 이번에는 우리나라 고등교육, 특히 지역대학이 위기 극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논의해 보고자 한다. 많은 부분은 대학 스스로 이겨내어야 하는 것인데 여기에도 제도 개선 등 정부의 역할이 꼭 개입돼야 한다.

첫째, 평생교육 체제를 적극 도입하여 학령인구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주로 19-20세 청년들이 학부에 입학한다. 석사·박사 과정도 나이의 경계를 완전히 넘어서지는 못했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대학의 평생교육 기능은 사회적 재교육 기능(직업전환교육),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교양교육으로 나눌 수 있다. 앞으로 모든 국민이 대학에서 평생 동안 자신이 필요로 하는 교육을 받는 구조로 전환해 가야 한다. 현재의 평생교육 제도를 사회적·시대적 요구에 걸맞게 확대 개선해 나가야 한다.

둘째, 공유대학 제도를 적극 도입하여 지역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전국 어느 지역에 있는 어떤 대학과도 학점교류·학사교류·공동 프로그램 등을 원활하게 운영함으로써 캠퍼스를 지역에 한정하지 않아야 한다. 즉 국가거점국립대학 간, 수도권대학과 지역대학 간, 권역별 지역대학 간의 상생과 협력체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공유대학 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국가거점국립대학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국가거점국립대학들은 수도권 대학과 학문교류·학점교류를 원만하게 해낼 수 있다. 일부 방법적으로 개선이 필요하지만 현재 연차적으로 진행되는 디지털혁신 공유대학에서 수도권 대학과 지역대학이 협력하는 체제를 확대해야 한다. 국가거점국립대학들은 각 지역에 위치한 지역중심대학(국립대학)을 비롯해 사립대학들과도 교류해 나갈 인적·물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국가거점국립대학을 연결고리로 설정하여 권역 내의 다양한 지역, 다양한 형태의 대학들이 경계를 허물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운영 중인 공유대학은 권역 내에서 지역의 경계를 넘는 하나의 전략이다. 경남형 공유대학(USG)의 경우 경남, 울산 지역 대학들이 참여하는 공유대학이다.

셋째, 해외 분교 설치와 적극적인 유학생 유치로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 수많은 외국인 유학생이 우리나라를 찾고 있으며 또한 우리나라 대학생들도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우수인력을 대학으로 유치해야 한다. 상당수가 불법체류자인 외국인 근로자, 특히 중소기업 산업인력과 농산어촌 노동인력의 합법적 교육에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제대로 된 한국어 교육과 교양교육, 직업 소양 교육을 제공하는 일을 지역 중소 규모 대학이 맡아야 한다.

넷째, 다양한 융합학문을 교육하도록 학사구조를 유연화하여 전공의 경계를 극복해야 한다. 이른바 학문의 융복합 시대이다. 몇백 년에 걸쳐 고착화한 인문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및 학과 등의 벽을 허물고 학문 간 연결과 융복합을 추진해야 한다. 마이크로 디그리를 포함하는 다양하고 유연한 학사구조와 탄력정원제의 도입 등이 그것이다. 대학 규모에 따라 1-3개의 특성화 분야를 권역별 특성화에 추가하여 대학의 역할을 다변화할 필요도 있다. 국가거점국립대학은 해당 광역 지자체의 정치·경제·교육·산업·문화·예술 등 모든 영역에서 싱크탱크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와 같은 고등교육 여건에서 지방대학과 수도권대학이 일대일로 경쟁하라고 하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라는 것과 같다. 지역별로 설립된 국가거점국립대학을 중심으로 지역대학들의 생태계가 유지되도록 재정적·행정적 뒷받침이 선행되지 않으면 대학 스스로의 노력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국가거점국립대학에 대한 재정 확대 및 국립대학법 제정, 지역인재 할당제 강화, 보다 강력한 제2혁신도시 정책 추진과 혁신도시 입주 공공기관과 국가거점국립대학 간의 연계체제 강화, 국가거점국립대학 1-2개 특성화 분야에 대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원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 수도권 대학과 지역대학의 차별 해소를 위한 강력한 차별철폐정책(affirmative action polish)으로 수도권 일류대학과 경쟁할 지역대학을 육성해야 한다.

권순기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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