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프레임 씌우기
[경일춘추]프레임 씌우기
  • 경남일보
  • 승인 2021.11.0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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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프레임(frame)이란 틀이나 뼈대인데 심리학에서는 ‘관점의 틀’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상황이나 일의 의미는 속해 있는 맥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데, 즉 프레임이란 어떤 사건에 대해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그것을 다른 맥락에 갖다 놓는 것을 말한다. 프레임은 하나의 맥락이 되어, 그 맥락과 관련하여 생각과 행동의 초점을 어디에 두고 어느 곳을 지향해야 할지 한정시키는 기능을 한다. 예를 들어, 컵에 물이 반이 있을 때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보는 부정 프레임과 반이나 남았다고 보는 긍정 프레임이 있다.

프레임이 위험한 이유는 대상에 대해 낙인을 찍기 때문이다. 낙인(labeling)은 쇠붙이로 만들어 불에 달구어 찍는 도장으로 목재나 기구, 가축, 죄인의 몸에 찍었다. 사람에게 낙인이 찍히면 다시 씻기 어려운 불명예스럽고 욕된 판정이나 평판을 받게 된다. 프레임은 사실 자체(fact)에 관심을 두지 않고 사실의 진단을 위해 가공된 용어(label)에 큰 비중을 둔다. 과거 중세시대에 어떤 여인에게 마녀라는 딱지가 붙으면 타인들은 그를 달리 대하게 되고 마침내 마녀사냥으로 몰아가 화형까지 시키게 되었다. 그만큼 프레임은 사람들을 현혹하게 되므로 정치권에서는 소위 사건의 본질보다 상대방에 부정적인 프레임을 붙이는 전쟁에 열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언론도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서 프레임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대장동 개발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서도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게이트라고 붙이며 프레임을 만드는데 여념이 없다. 국정감사에서도 모두 기존 주장만 되풀이할 뿐, 허를 찌르는 질문도 진솔한 대답도 없어 보였다. 실체적 진실에는 한 발짝도 다가서지 못하고 프레임 전쟁만 벌인 셈이다. 점점 진실(fact)은 오리무중이고 가공(fiction)만 난무했다. 이런 속에서 국민들은 지쳐가고 정치 불신만 쌓이게된다.

복잡한 사건도 특정 프레임에 포장돼 찬반 양자택일 구조로 전환되면 문제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특정 프레임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눈을 키워야 한다. 또한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보화 사회가 과거 통제사회보다 정보의 양은 증가했으나 정보의 질이 나아졌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짜 뉴스와 프레임 뉴스를 개인이 알아서 걸러내야 하는 피곤함도 역시 안겨주고 있다.

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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