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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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1.11.0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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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개천예술제 70년 주변과 문학(1)
예총 진주지회에 의하면 개천예술제 70년 행사는 코로나19 관계로 1년 늦추어 올해 치르기로 했다. 그것도 비대면 행사로 진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70년사를 기록하는 일에 관여하면서 문학분야에 먼저 손이 갔다. 백일장 관계 자료를 개관하는 가운데 많은 시인 작가들을 배출한 가운데 손에 바로 잡히는 사람은 1978년 29회때 장원한 안도현 시인이다.

많은 시인들이 나가서 활동하고 있을 터이지만 스타는 그렇게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닌 듯하다. 첫 번째 장원자 이형기, 10회때 장원자 신중신 등이 있는데 눈에 번쩍 들어오는 시인은 바로 ‘연탄재’시인으로 유명한 안도현이다. 그는 현재 단국대학교 문창과 교수로 있는데 작품집을 낼 때마다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는 아주 짧지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 시를 읽으면 모두 뜨끔해지기 마련이다. 남에게 뜨거움으로 다가가 본 적이 있는 사람 있으면 나와 봐라, 남에게 불로 타서 자기 몸을 죽여 남의 옷깃에 스며들어 본 사람 있거든 나와 봐라, 다그치는 회초리를 들고 그대를 훈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이 시는 짧은 두 줄로 우리에게 훈계의 눈초리를 보내오고 있는 것이다.

안도현 시인은 경북 예천 출생으로 개천예술제 장원 이후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리운 여우’, ‘바닷가 우체국’ 등이 있다.

연탄 이야기가 나왔으니 ‘반쯤 깨진 연탄’을 읽어볼까 한다.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은 것이다/ 나를 끝닿는 데까지 한 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 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 위에/ 지금은 인정머리 없이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 아래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받는 순간이 오기를/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오르기를/ 나도 느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한지 손을 뻗어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 슬금 만져도 보고 싶은 것이다”

시 끝이 재미 있다. 연탄이 무엄히도 처녀 등어리를 온기로 더듬겠다는 것 아닌가. 유머러스하다. 안 시인의 시는 이렇게 쉽고 일상적인 소재에 강하다.

재미 있는 시를 보자. ‘이 세상에 아이들이 없다면’ “어른들도 없을 것이다/ 어른들이 없으므로 교육도 없을 것이다/ 교육이 없으므로 교과서도 없을 것이다/ 교과서가 없으므로 시험도 없을 것이다/ 시험이 없으므로 대학교도 없을 것이다/ 대학교가 없으므로 고등학교도 없을 것이다/ 고등학교가 없으므로 중학교도 없을 것이다/ 중학교가 없으므로 초등학교도 없을 것이다/ 초등학교가 없으므로 운동장이 없을 것이다/ 운동장이 없으므로 미끄럼틀도 없을 것이다// 미끄럼틀을 타고/ 매일 매일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부신 하느님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으 것이다”

아주 일상적인 화법으로 ‘없을 것이다’의 되풀이를 읽을 수 있다. 단순한 어법이므로 이해 못할 대목이 없다. 그리고 어린이 말투로 단순하여 동심이 깃들고 있다. 마지막 연은 동심으로 읽어야 한다. “눈부신 하느님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가 어느 순간 빙그레 웃음짓게 만든다.

다음 시 또한 재미 있다.

“뜨끈뜨끈한 김이 피어오르는 중앙시장 그 밥집/ 어물전 아줌마도 수선집 아저씨도 먹고 가는 그 밥집/ 누구 하나 밥 한 톨 안 남기고 반찬 투정 한 번 부리지 않는그 밥집/ 그 밥집 밥 먹고 난 뒤에는 노는 사람 단 한 사람도 없는 그 밥집”(‘그 밥집’전문)

아무데 중앙시장이나 다 있을 법한 밥집 풍경이 정겹다. 이 시에서는 ‘노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하나의 뜻이다. 사람들은 밥을 먹고는 일한다는 것이다. 시가 다 안도현 시처럼 평이하면 좋을 것이다. 그것이 시인의 의도이고 전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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