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파도 (김효정)
[주강홍의 경일시단]파도 (김효정)
  • 경남일보
  • 승인 2021.11.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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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까지 펼쳐놓은 천에
하얀 주름 접는다

갈매기들은 천이 밀리지 않도록
군데군데 시침질하며 날아다닌다

가끔씩 스팀을 내뿜으며 지나가는 어선들이
구겨진 주름자국 다림질 한다

습관처럼
천 자락 움켜쥐고 밀쳐놓기도 하고
잡아당기기도 하면서
뒤척이는 손등에 푸른 정맥이 솟는다

아직
주름의 폭을 얼마나 잡아야 할지
계산되지 않았나 보다

기껏 잡아놓은 주름도
거침없이 풀어버리고
또다시 접고 있는


바다의 끝없는 평면을 쳐다보고 있다 보면 아득하고 무한을 느끼게 된다.
끝없는 해원으로부터 발 밑 해안까지 단조로운 파도 음이나 반복되는 율동이 진부할 수도 있겠지만, 갇혀있는 것들을 트이게 하는 바다는 늘 낭만으로 이끌게 한다.
어디서 뭔가 오시는 듯 기대보다 어디로 나설 것을 재촉하는 듯한 바다, 그 바다를 관찰해서 만든 시가 매우 청량하다.
바다 전체를 큰 천으로 보고 파도가 주름을 접는 양으로 묘사가 뛰어난 시가 
독자의 시선을 잡아두기에 충분하다.
기껏 잡아둔 주름도 풀어버리는, 그리고 또 접고 풀고 하는 손등의 푸른 정맥의 구비와 발통선 일상을 내려놓고 유토피아를 향해 달리고 싶은 바다의 유혹에 빠진다.
수평선 넘어 바다를 이고 있는 아틀라스라도 만날까.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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