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손은 장식품이 아니다
[경일춘추]손은 장식품이 아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11.0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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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시인 프리랜서)
 



어떤 모임에서였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녀의 손은, 손가락이 길며 매끄럽고 가녀렸다. 더군다나 하얀 피부에 뼈마디가 없었으며 손가락 끝에 화려한 손톱 장식에는 예쁜 색의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마치 화류계에 종사하는 듯한 차림새의 일반 가정주부인 그녀에게서는 어떠한 미묘한 감정이 일어나지 않았다.

길거리 난장판 앞이었다. 뭉툭한 손가락에 뼈마디가 굵다. 거무튀튀한 손은 투박했으나 부지런해 보였고, 매니큐어는커녕 손톱이 짓물려서 상처투성이인 짧은 손톱이었다. 그 손으로 고구마줄기 껍질을 벗기면서도 생글거리며 각종 야채를 팔고 있는 30대 후반의 여자의 손은 미치도록 예쁘고 아름다워 보였다.

내 친구 하나는 손이 참으로 아름답다. 그러나 그 손은 너무나 게을러터져서 여러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손이었다. 스타킹은 예쁜 손가락 하나로 돌돌 말아 내려서 방바닥으로 휙 던져버리면 그녀의 올케가 얼른 주워서 손으로 비벼 빨아 빨랫줄에 널었다. 매사가 그랬다. 결혼을 하고서도 대체로 음식을 만들지 않았다. 학생 때는 올케와 어머니, 즉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랬다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그녀는 손을 물에 담그고 재료를 다듬고 하는, 손의 수고가 많이 필요한 음식들은 거의 만들어 먹지 않았다. 시켜서 먹거나 포장된 음식을 사와서 가족들을 먹였다. 그녀의 손은 하나의 장식품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손톱을 다듬고 칠했으며 또 다시 벗겨내고 칠하고 붙이는 네일 아트에 무수한 시간과 공을 들였다. 그녀의 손은 손의 역할을 잃은 몸에 붙은 또 하나의 예쁜 장식품에 불과했다.

‘어머니의 손’은 고향과도 같은 것이다. 애틋함, 절절함이 묻어서 자식의 입에 무엇이라도 더 먹이기 위해서, 손등 터지고 손가락이 굽어지도록 일을 하면서 음식을 해먹이고 바라지를 하는 손이다. 자식들은 ‘그런 손’을 부여잡고 어머니의 음식을 생각하며 어머니의 진한 사랑과 추억을 회상하면서 눈물을 짓는 것이다. 가족을 위해서 수고했던 투박한 어머니의 손에서 고향 같은 따뜻함을 느끼는 것이지, 역할을 잃은 야들야들하고 부드럽고 매끄러운 손, 아름다운 손에서 결코 어머니의 정(情)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실용품으로 부여받은 위대한 손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장식품으로 모셔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따라 뼈마디 굵은 어머니의 두 손이 눈앞에서 글썽거린다.

이정희 시인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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