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찌개란 ‘군대의 찌개’라는 의미로, 고기 대신 햄과 소시지를 사용한 김치찌개의 일종이다. 그 기원과 역사가 구구하고, 버전이랄까 종류도 다양하다 보니 그 레시피도 대동소이하지만 약간씩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6.25 전쟁 직후의 식량난 속에서 미군을 통해 들어온 프레스 햄(press ham), 소시지, 베이크드 빈즈(콩 통조림) 등을 주재료로 삼아 진한 김치 양념 국물에 넣어 찌개로 끓여 먹은 것이 그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두산백과사전에는 부대찌개를 영어로, budae jjigae / Spicy Sausage Stew로 쓰면서 그 레시피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두부와 햄, 소시지 등은 큼직하게 썰어 둔다. 잘 익은 김치는 속을 대강 털어내고 4~5㎝ 길이로 썰거나 다지고, 돼지고기는 살코기로 준비해 납작하게 저며 썰어 양념하여 둔다. 고추는 어슷하게 썰고, 애호박은 반달모양, 팽이버섯은 밑동을 잘라 준비하고, 파는 4㎝ 길이로 잘라 준비한다.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돼지고기를 달달 볶고 사골육수나 닭 육수를 부어 끓이다가 돼지고기가 익으면 다진 김치, 콘 소시지, 스팸, 프랑크소시지, 애호박, 두부 등을 넣어 끓인다. 국물 맛이 걸쭉하게 우러나면 마지막에 소금, 후춧가루로 간을 하고 쑥갓을 얹는다.
국내에서 보편적으로 알려진 부대찌개로는 파주식이나 군산식이 있긴 하나, 그 양대 조류는 의정부식 부대찌개와 평택식/송탄식 부대찌개로 공인되는 편이다. 미군 육군 부대의 기지가 많은 서울 북쪽에 위치한 의정부가 부대찌개로 더 유명한 편이다. 의정부시에는 공인받은 원조 부대찌개 집, ‘오뎅식당’이 존재하는데, 1960년부터 장사를 시작했다는 허기숙 오뎅식당이다. 오뎅식당으로 대표되는 의정부식 부대찌개가 김치 베이스의 깔끔한 맛이라면, 송탄식 부대찌개는 사골육수 및 치즈로 대표되는 진한 맛이 특징이다.
찌개의 얼큰한 맛을 염두에 둔다면 한국인의 입맛에만 맞을 것 같음에도, 맛을 본 서양인들에게 인기 있는 대표적인 한국 요리로 평가되는 이유는 아마도 서양인들에게 익숙한 햄, 소시지, 치즈와 같은 재료들이 많이 첨가되고 약간 자극적이긴 하지만 기름지고 구수한 맛이 김치의 풍미와 자연스럽게 융합되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서양 사람들에게는 스팸은 너무 짜거나 기름지고 공장 소시지는 질기고 햄 냄새가 강한 편이어서 하급의 식품으로 평가되지만, 진하고 매운 김치 양념 국물에 넣고 푹 끓임으로써 스팸의 과도한 기름기와 소금기가 배어나와 국물의 맛을 기묘하게 살려줄 뿐만 아니라, 소시지의 햄 냄새가 우러나와 국물의 풍미를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또한 매운 국물이 스팸과 소시지에 배이면서 육질은 부드러워지고 느끼함과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도 희석되어 자주 먹어도 물리지 않는 편이다. 여러 나라의 식재료가 융합된 음식이긴 하지만, 얼큰한 찌개라는 한국 음식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유지하고 있는 독특한 메뉴이고, 한국 최초의 동서양 퓨전 요리라 할 만한 하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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