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60]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60]
  • 경남일보
  • 승인 2021.11.1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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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와 아랑곳한 토박이말
지난 글에서 ‘서릿가을’, ‘무서리’, ‘ 된서리’와 같은 ‘서리’와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알려 드렸더니 ‘서리’를 나타내는 말이 더 있을 것 같은데 알고 싶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서리’와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첫서리’입니다. ‘그해 가을에 처음 내리는 서리’를 가리키는 말이죠. 올해는 여름에서 바로 겨울로 건너뛰듯이 철이 바뀌는 바람에 첫서리가 일찍 온 곳이 많습니다. 서울에는 지난달 열여드레(10월 18일)에 내렸다는 기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날씨가 갈수록 따뜻해지는 바람에 제주도에는 서리가 내린다는 서릿날(상강)인 10월 23일이 지났는데도 아직 내리지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첫서리’와 맞서는 말로 ‘끝서리’가 있습니다.

‘그해 겨울에 마지막으로 내린 서리’를 가리키는 말인데 처음과 끝이라는 짝이 딱 맞는 말입니다. 서리가 내리는 때는 해마다 거의 비슷합니다. 그걸 ‘제철’이라고 하는데 제철보다 일찍 내리는 서리는 ‘올서리’라고 합니다. 앞서 ‘올되다’는 말과 함께 ‘올-’이 들어간 말들로 올벼, 올배, 올사과, 올밤과 같은 말을 했었기 때문에 눈과 귀에 익은 말일 것입니다.

이 ‘올서리’와 맞서는 말로 ‘늦서리’가 있습니다. 이 말은 ‘제철보다 늦게 내리는 서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앞서 ‘늦되다’는 말도 알려 드렸고 또 ‘올-’이 들어간 말에 ‘늦-’을 넣은 늦벼, 늦배, 늦사과, 늦밤과 같은 말도 자주 쓰는 말이기 때문에 바로 알 수 있으실 것입니다.

서리가 단단하지 않고 물기를 머금은 채 묽으면 ‘무서리’라고 합니다. 이 말은 ‘무더위’와 같은 짜임으로 된 말입니다. ‘무+서리’의 짜임이고 ‘무’는 ‘물’을 나타냅니다. 이 ‘무서리’와 달리 아주 단단하게 되게 내리면 ‘된서리’라고 합니다. 이 말도 앞서 더위 이야기를 하면서 몹시 심한 더위를 ‘된더위’라고 한다는 것을 알려 드렸기 때문에 얼른 뜻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강추위’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텐데 ‘강서리’라는 말도 있습니다. 된소리와 같은 뜻으로 쓸 수 있는 말인데 우리 말집(사전)에는 ‘된서리’의 북한말로 풀이를 해 놓고 있으니 이 말을 더 쓰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북에서는 아주 심하게 내리는 서리를 ‘떼서리’라고도 한답니다.

‘서리’가 들어간 말 가운데 ‘흰서리’가 있습니다. ‘늙어서 하얗게 센 머리카락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지요. 그냥 머리에 ‘서리가 내리다’, 서리가 앉다, 서리를 이다 라고도 하지요. ‘서리꽃’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유리창 따위에 서린 김이 얼어서 꽃처럼 엉긴 무늬를 말하지요. 쉽게 말해 서리가 내려 꽃을 피운 것 같아 보여서 이런 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릿발’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겨울철 땅속의 수분이 얼어 성에처럼 되어 기둥모양으로 되어 있는 것 또는 그로 말미암아 땅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지요. 기둥처럼 생겨서 ‘서리기둥’이라고도 하는데 이것도 북한말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익은말(관용구)로 “서릿발(을) 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다’는 뜻이랍니다.

‘서리’하면 ‘서리를 맞다’이런 표현도 생각이 나실 것입니다. ‘서리를 맞다’는 ‘권력이나 난폭한 힘 따위에 큰 타격이나 피해를 입다’는 뜻입니다. ‘서리가 내릴 때의 추위’를 한자로는 ‘상한(霜寒)’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북에서는 ‘서리추위’로 다듬어 쓴다고 합니다.

이렇게 알게 되신 서리와 아랑곳한 여러 가지 토박이말을 둘레 분들께도 알려 주셔서 모두가 함께 알고 쓰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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