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위드 코로나, 그리고 포스트 코로니즘
[경일춘추]위드 코로나, 그리고 포스트 코로니즘
  • 경남일보
  • 승인 2021.11.1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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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수필가
 
 


캠핑을 갔다. 가벼움을 추구하는 MZ세대인 딸과 호수를 낀 강원도 숲에서 주말을 보냈다. 도처에서 온 젊은이들이 첨단의 장비와 캠핑용품으로 간단히 텐트를 쳤다. 해가 뜨고 달이 지는 광경을 같은 위치에서 보고 불멍(화로의 불꽃보며 멍 때리는 것)만 했는데 가슴이 뚫렸다.

코로나 방역지침이란 것이 생기고 처음이니 거의 2년 만의 소풍이다. 코로나 방역지침은 내가 철들고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초유의 권태를 불러왔다. 동창회, 친목회, 동호회, 종친회 등등 수많은 이름의 모임이 사라졌다. 꽃놀이, 단풍놀이, 식도락여행 등 온갖 형태의 놀이도 없어졌다. 그전까지는 그런 행사에 끼지 못하면 마치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인생의 루저처럼 생각됐는데 막상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는 속에서 MZ세대가 부상했다. 그들이 주도하는 캠핑문화, 차박문화가 자리 잡았다. 이런 문화는 도심 속의 자연인 텃밭가꾸기, 옥상정원, 주말농장으로 자연스럽게 확대되고 있다. 이들은 목가적인 삶을 동경하면서 동시에 문명의 이기를 한껏 활용한다. 편리는 추구해도 불편함과 불공정은 피해간다. 어른을 존중하는 것 자체를 능력으로 대접받으려는 꼰대짓은 거부한다.

위드 코로나는 이처럼 물밑의 암류처럼 조용히 우리 주변을 채워가고 있다.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고 관속에 들어간 것처럼 죽어가는 우리 삶에 쿨한 새바람을 일으키는 힘의 축적도 위드 코로나이고, 편안한 현재를 유지하고 걱정 없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휴식도 위드코로다. 위드코로나는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조직의 일사불란함 대신 단정하고 유연한 개인의 취향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깨끗하고 선명한 현재를 훼손하는 꾀죄죄한 과거는 삭제한다. 권위와 탈권위, 문명과 탈문명의 간극도 좁힌다.

위드 코로나를 달리 말하면 포스트 코로나가 된다. 코로나 이후에 전개될 이런 저런 현상들을 생각하다보니 1970년대 출발한 포스트 모더니즘이 떠올랐다. 계급위주의 질서, 기성세대의 지나친 권위의 반발에서 출발한 포스트 모더니즘은 위드 코로나로 가는 현 상황과 닮았다. 이런 이유로 코로나 이후에 펼쳐질 모든 현상을 포스트 코로니즘이라 명명한다면 너무 많이 나간 것일까.

청산을 동경하며 음풍농월했던 선조들의 시적 감흥과 낙천적인 기질을 되살릴 것 같은 캠핑 문화를 보았기에 해 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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