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의 박물관 편지[63]프린세스호프 국립도자박물관:한국 특별전
김수현의 박물관 편지[63]프린세스호프 국립도자박물관:한국 특별전
  • 경남일보
  • 승인 2021.11.1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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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집에 한국 청·백자가 피었습니다
 
전시실 내부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다시 한 번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최근 확진자가 또 한 번 대폭 증가 하면서 네덜란드 정부는 느슨해져 있던 코로나 방역수칙을 다시 강화했다. 이 때문에 박물관과 미술관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코로나 패스인 백신 접종을 증명해야 관람이 가능 할 수 있게 되었다. 제한된 수용 인원 때문에 방문 전 미리 날짜와 시간을 예약해야 함은 물론이다. 인기가 많은 박물관들은 관람 예약을 서두르지 않으면 당장 일주일 이내로는 관람이 힘들게 됐다. 네덜란드 뿐 만 아니라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이 방역수칙을 강화하고 있으니 올 겨울 유럽여행을 계획한 이들이 있다면 각 나라별 수칙 확인이 필수다.


◇한국, 네덜란드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다

네덜란드에도 한류열풍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길을 지나다가 유명 케이팝 그룹의 이름이 적힌 옷을 입은 청소년들을 몇번 본 적이 있긴 했지만, 도시 한복판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게임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올 하반기 넷플릭스에서 개봉 후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한국산 시리즈물에 등장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더 이상 우리만의 추억놀이가 아니게 됐다. 이렇게 한국에 대한 관심이 한참 무르익고 있던 찰나, 네덜란드 ‘레우아르던’이라는 도시에 위치한 프린세스호프 국립도자박물관에서 한국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도시는 네덜란드 프리슬란드주의 주(州)도로 북부에 위치해 있으며, 녹지와 물이 풍부해 10세기부터 사람들이 거주했던 역사가 긴 도시다. 이후 네덜란드 왕가의 거주지로 사용되어 유서 깊은 도시 중 한곳으로 손꼽힌다. 암스테르담에서 차로 꼬박 두 시간을 넘게 달려 도착한 레우아르던에서는 가을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비춰지는 한국의 모습은 어떨지 기대가 되는 한편 전시장이 큰 도시에서 가까 웠다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박물관에 방문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함께 몰려왔다.

 
한국 특별전을 알리는 포스터.
◇프린세스호프 국립도자박물관

전시가 열리는 프린세스호프 국립도자박물관은 네덜란드 자국의 도자기를 비롯해 아시아와 유럽, 이슬람 등 전 세계의 다양한 도자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범위 또한 기원전부터 20세기 까지 광범위해 명실공히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도자박물관 중 하나로 손꼽힌다.

고전적인 멋이 묻어 있는 박물관의 외관이 시내 중심에서도 매우 돋보인다.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재 건물은 1693년 건축되었고 건물의 일부가 네덜란드 오렌지 왕가의 공주였던 마리아 루이스(Marie Louise)의 거처로 사용된 바 있어 박물관의 명칭이 여기서 비롯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마리아 공주는 취미로 도자기 수집을 매우 즐겼고 그 수집품은 현재 박물관 컬렉션의 일부가 되었다. 세월이 지나 건물의 일부를 레우아르던에서 활동하던 미술 수집가 오테마(Nanne Ottema,1874-1955)가 구입하면서 1917년 박물관의 기틀이 마련되었다. 프린세스호프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컬렉션을 전시하는 일 외에도 수많은 특별 전시 개최를 통해 전 세계에 있는 다양한 도자기 컬렉션을 알리기 위해 노력중이다.

 
전시실 내부
◇한국, 풍요로운 과거로의 관문

‘풍요로운 과거로의 관문’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번 특별전은 최근 들어 더욱 높아진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을 한국문화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도자기를 통해 이해하고 파악하려는 시도로 여겨진다.

한국은 위치적으로 중국과 일본에 둘러싸여 있지만 역사적으로는 훌륭한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했다. 네덜란드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와 독일, 북해를 끼고 마주한 영국 등 수많은 강대국들과 인접해 있는 위치적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유럽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녔던 나라다. 이러한 공통점이 있는 두 나라의 문화에 도자기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특히 올해는 한국과 네덜란드의 수교 6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기도 하여 이번 한국 특별전은 양국이 문화적으로 교류 하고 있는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 할 만하다.

과연 네덜란드 사람들은 한국의 도자 문화를 통해 우리의 문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까. 전시실에 들어 선 순간부터 큼지막한 한글을 마주하게 되어 전형적인 네덜란드 건축양식의 박물관 건물에 이국적인 느낌이 감돌았다. 전시는 한국 영화, 시리즈, 가수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이끌어 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말 오전에 찾은 전시장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교민들도 몇몇 눈에 띄었지만 특히 젊은 외국인들의 방문이 돋보였다. 가족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내게 기념사진 촬영을 해주고 싶다고 먼저 제안한 것도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한 네덜란드 여성이었다. 전시를 더욱 꼼꼼하게 관람하기 위해 이 도시에서 주말 내내 머무를 계획이라는 그녀는 케이 팝을 통해 한국 문화를 처음 접한 후 한국의 매력에 빠져 한글을 열심히 공부중이라고 했다.

 
한국 특별전 관련 책자.
◇한국에서 온 청자와 백자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먼 나들이를 온 고대의 사발부터 고려 시대의 청자, 조선시대의 백자와 분청사기 등이 포함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자기들이다. 각 도자기에 곁들여진 설명은 한국의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 도자기들은 프린세스호프 박물관에 있는 여느 도자기 컬렉션과는 또 다른 멋과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도자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 도자기들은 다른 나라의 것들에 비해 화려한 멋은 부족한 듯 보이나 그 속의 절제미가 돋보인다. 완벽성을 추구하는 멋보다는 자연스럽고 도자기를 빚어내는 도공들의 감정이 녹아 들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인간미가 한국스러운 멋과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도자기는 우리 역사에서 양반뿐만 아니라 서민들의 일상에서도 빼 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것이었다. 식(食)문화에서 비춰 보자면, 음식을 담을 그릇도 흙으로 빚어 낸 도자기였고 냉장고가 없던 시절 저장식품을 보관하는 용기 또한 항아리 같은 도기였다. 오늘날 한국음식은 세계화 되어 전 세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한국음식을 널리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김치도 항아리로 인해 더욱 풍부한 숙성의 맛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기에 전시장 한 곳에서는 한국의 식문화를 소개하며 한국인의 삶과 도자기가 얼마나 깊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프린세스호프 도자박물관에서는 이번 전시를 눈으로 감상하는 것은 물론 관람객들이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 했다. 김치 만들기, 장독 만들기, 한복체험 등은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가장 특별하고도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한편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세계 도자실에서 네덜란드 프린세스호프 국립도자박물관의 컬렉션 일부를 내년 11월 13일까지 감상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있다.

네덜란드에서 건너온 240여점의 도자기를 통해 동양의 도자 문화가 어떻게 유럽으로 확산되었는지, 도자기가 네덜란드의 역사와 문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주소: Grote Kerkstraat 9 8911 DZ Leeuwarden
운영시간: 화~일 오전 11시~오후 5시(월요일 휴관)
입장료: 성인 12.5유로 18세 이하 무료
홈페이지: http://princessehof.nl/

 
프린세스호프 국립도자박물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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