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보물찾기
[경일춘추]보물찾기
  • 경남일보
  • 승인 2021.11.1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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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희 수필가 진주문협회원
 


남도의 산은 시골장 한 아주머니 파마머리처럼 온통 뽀글뽀글했다. 멋있게 염색까지 한 산은 탈모도 하나 없이 무성하고 건강하다. 군데군데 피를 토하며 산벼랑에 암벽 등반을 하는 단풍이 심장을 들뜨게 한다.

가을 문학기행 행사 프로그램에서 보물찾기를 했다. 돌 사이에 나무 사이에 숨겼다는 흰 종이는 끝내 내 눈에 띄지 않았다. 행여나 하고 들추다가 역시나 하고 제자리에 놓는 수많은 삶의 편린들만 발견했다. 보물 두 장을 찾은 이가 한 장을 나누어 준 덕분에 핸드폰 가방을 선물로 받았다. 고가의 상품도 아니건만 보물찾기에서 받는 물건은 의미가 다르다. 여러 장을 찾아도 1인 1장만 갖는다는 원칙이 있어서 그렇지 할 수 있겠지만 나누는 이의 마음이 보물 같다.

생각해보면 인생 전체가 보물찾기 같은 것이다. 내 눈에 띄면 내 것이고 네 눈에 띄면 네 것인 것을. 식탁에 산해진미 가득해도 혼자 배가 터지게 먹을 수는 없다. 아끼다 쓰레기 만들기 전에 나누어 인심이라도 얻는 게 낫다.

함께 가는 이 중에 행사에 협찬을 하신 사장님이 계셨다. “시를 알고 난 후의 삶이 달라졌다”고 쑥스런 고백을 하시는 분이셨다. 거친 술자리에서도 해학으로 넘기는 슬기가 생기고, 분노도 시 한 줄로 삭히게됐다는 그는 정녕 부자다.

식품 회사를 운영하시는 봉봉사장님은 부자의 정의를 지인들과의 만남에 언제나 기쁘게 밥값을 낼 수 있는 사람이라 한다. 실컷 제자랑 늘어놓다 계산서 나오면 슬그머니 도망가는 부자는 개부자라 취급했다. 같은 차를 탔다는 이유로 일행 네 명은 사장님께 맛있는 저녁을 대접받았다. 삼겹살에 된장찌개를 먹으며 우리는 그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그가 계속 부자이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건배했다.

스스럼없이 자기를 드러내어도 괜찮은,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은 동반자 게임에서 과감히 탈락시키는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이의 사람들과 함께 한 하루. 여과 없이 받아들여도 탈이 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 하루를 보내는 건 귀한 일이다. 좋은 곳에 살아서 그런 지 십 리길 코스모스도 유난히 싱싱하다. 계절을 속게 하는 동안이다.

보물은 어디에나 숨겨져 있다. 황금이 보물이라고 생각하면 황금만을 찾으며 살게 되고 사람이 보물이라고 생각하면 사람을 찾게 된다. 나는 오늘 보물을 나눠주는 친구, 동향 시인들, 수학자, 누구에게나 칭찬을 선물하는 숙이씨, 아름답게 살아가는 부부 교육자, 이제 또 부자까지 만났으니 보물찾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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