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 (64) 나비(송찬호)
강재남의 포엠산책 (64) 나비(송찬호)
  • 경남일보
  • 승인 2021.11.14 17: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비는 순식간에

째크 나이프처럼

날개를 접었다 펼쳤다



도대체 그에게는 삶에서의 도망이란 없다

다만 꽃에서 꽃으로

유유히 흘러 다닐 뿐인데,



수많은 눈이 지켜보는

환한 대낮에

나비는 꽃에서 지갑을 훔쳐내었다



---------------------------------------------------------------------------------

꽃밭으로 날아드는 나비를 보는 한낮입니다. 꿈속인 듯 아득하군요. 날개를 접었다 펼쳤다 하는 것이 이생과 전생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날갯짓에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나비는 많은 이야기를 가졌어요. 그중 영혼의 다른 이름이라는 이미지는 나비에게 가장 어울리는 결 같아요. 하지만 화자의 나비는 활달하고 거침없고 과감하네요. 여린 날개를 움직이기만 해도 순식간에 바람을 타는 율동이 황홀하기까지 해요. 이렇게 가벼운 날개로 꽃에서 꽃으로 흘러 다니는 나비의 유유자적이 꿈 같아요. 애초에 서두름을 모르니 도망은 더구나 알 수 없겠지요. 환상을 오가며 향기를 오가며 가로지르는 팔랑거림으로 보아 나비의 땅은 그늘이 아닌 것이 분명해요. 볕 바르고 바람 좋은 데서 꽃이 피어야 마땅할 곳임이 틀림없어요. 그런 곳에서 꽃과 꽃 사이를 누비는 나비는 누구 눈치를 볼 이유가 없겠어요. 수많은 눈이 있어도 꺼릴 것 없이 종횡무진하는 그의 삶은 산뜻한 비밀이겠어요. 환한 대낮에 꽃가루 옮기는 모습을 도둑으로 보는 화자의 시선에 눈을 맞추어 봅니다. 나비의 한가로움과 참으로 닮았어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정만석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