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선진리성 ‘조선인 귀무덤’ 재조명
국내 유일 선진리성 ‘조선인 귀무덤’ 재조명
  • 문병기
  • 승인 2021.11.1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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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시민단체 위령제 열어, 日 전 총리 등 참가
“역사 올바르게 공유해야 한일 우호관계 출발”
양국 관계 복원·역사교육현장 널리 알려야
국내 유일의 사천시 용현면 선진리성 소재 ‘귀무덤’이 새삼 조명 받고 있다.

일본 전 총리와 한 시민단체가 지난 8일 오카야마현 히가시이치노미야에 있는 조선인 귀무덤을 찾아 위령제를 지내고 고개를 숙여 사죄를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임진왜란 때 조선군의 귀와 코를 베어와 묻은 잔혹한 역사에 대해 “선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한다”며 한국에 용서를 구한 뒤 “부끄러운 역사를 숨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드러내 일본인이 반성할 때 한일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이곳은 1597~1598년 왜군이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명으로 전승을 과시하기위해 조선군의 코와 귀를 베어와 묻은 귀무덤이다. 420년이 넘은 시점에 일본인들이 과거 만행을 반성하며 이날 오카야마현 귀무덤에서 처음 위령제를 열었다.

행사를 주최한 일본 시민단체 ‘교토평화모임’의 아마키 나오토(天木直人) 회장대행은 “일한(한일) 관계가 전후 최악인 것은 일본인들이 침략 역사를 너무 모르기 때문”이라며 “진혼식을 계기로 일본인들이 역사를 제대로 알게 돼 조선인 희생자에게 사죄하고, 그걸 본 한국인들이 일본을 용서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교토평화모임은 무지(無知)에 대해 반성하며 2019년 12월에 설립됐다. 귀무덤은 일본 곳곳에 있지만 도요토미를 추앙하는 신사가 있는 교토의 귀무덤이 가장 크다. 하지만 교토 시민들은 최근까지 귀무덤의 존재를 몰랐다.

교토평화모임은 ‘과거 불행한 역사를 바르게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한국과 일본의 진실 된 우호관계의 출발점’이라는 설립 목적을 내걸고 만들어졌다. “조선인들의 코와 귀가 묻힌 무덤에서 위령제를 열어야 할 사람은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인”이라며 작년부터 직접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동참하는 이들이 늘었고 올해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가 위령제에 참석했다.

일본 시민단체와 전직 총리가 조선인의 한이 서린 귀무덤을 찾아 위령제를 지내고 사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천 선진리성 조명군총 옆에 초라하게 자리 잡고 있는 귀무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 곳 귀무덤은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전공을 자랑하고 승전을 자축하고자 베어낸 조선인의 귀와 코가 묻혀 있는 무덤이다. 1992년 4월께 사천문화원과 삼중스님이 합심해 이역만리에서 떠도는 원혼들을 달래고자 일본에 있는 이총(耳塚)의 흙 일부를 항아리에 담아와 제(祭)를 지내고 조명군총 옆에 안치했다. 그러나 표지석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고 방치되다시피 했다. 더욱이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유재란 중 선진리성에서 전사한 조명연합군의 집단무덤 조명군총과 혼동하는 사례도 많았다.

그러다 지난 2007년 ‘조명군총 성역화 사업’이 완료되면서 조명군총에서 20m가량 떨어진 곳으로 이전해 12만 6000명의 원혼을 달래는 등 영면을 위해 비석을 세운 뒤 귀무덤을 조성했다.

정대한 사천문화원장은 “사천의 귀무덤은 전국 유일의 역사현장”이라면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듯, 후손들에게 교육의 현장으로 가꾸어 나가고 한편으로는 한일관계 개선에도 일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기기자 bkm@gnnews.co.kr

 
사천시 용현면 선진리 조명군총 옆에 자리하고 있는 귀무덤인 이총(耳塚). 이 곳에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이 도요토미 히데요시(풍신수길)에게 전공을 자랑하고 승전을 자축하고자 베어낸 조선인 12만 6000명의 귀와 코가 묻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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