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바람직한 역사인식
[교단에서]바람직한 역사인식
  • 경남일보
  • 승인 2021.11.1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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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여당의 대선후보는 지난 12일 방한 중인 존 오소프 미 상원의원에게 “일본 한국이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 승인했기 때문”이라했다. 이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왜곡된 역사관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왜냐하면 1905년 일본총리 가쓰라 다로와 미국 전쟁부 장관인 W. H. 태프트가 미국과 일본이 각각 필리핀과 조선에 대한 지배권을 상호 승인한 조약으로 일제가 5년 후 대한제국의 국권을 빼앗는 단초가 됐지만, 한일 병탄과 조선의 패망이 이 조약 때문이 아니라 당시 지배 계층의 부패와 무능, 제국주의 열강이 횡행한 국제정세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이런 왜곡된 역사관은 일본과 미국은 무조건 적대시 하면서 북한과 중국엔 무한정 관대한 인식이 그 바탕인데 참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역사에 대한 평가는 준엄해야하고, 이 준엄한 평가를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균형적인 역사관이 필수적인데, 작금의 현실은 정 반대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실·화해 위원회’가 6.25 전쟁 중 사망자의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을 때 국군과 경찰로 기입하라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 9월 23일에 제정된 ‘경남교육청 일제잔재 청산에 관한 조례’에 따라 11월 3일 경남교육청은 일제잔재청산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 조례는 학교 내 일제 잔재 청산을 통해 실천하는 역사교육의 활성화를 목표로, 교육현장의 일제 잔재 청산교육에 대한 교육공동체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일제 잔재의 교육적 활용 방안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또한 5개년 단계별 이행안에는 ‘준비기-실천기-평가기’로 나눠 준비기에는 교가 개선사업을, 실천기에는 학교별 일제 잔재 청산 프로젝트사업을 중점으로 추진한다.

여기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준비기인 2022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교가 개선사업은 ‘시대에 맞지 않는 가사나 곡조를 가진 교가, 양성평등 관점에 맞지 않는 가사, 학생 음역대에 맞지 않는 교가의 편곡부터 음원 녹음을 담을 계획’이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일제 잔재 청산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고, 특히 교가는 오랜 세월을 이어온 그 학교의 상징적인 노래로 구성원 모두의 마음속에 기억되는 숨결이기 때문에 변경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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