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11월 11일, 무슨 날이죠?
[의정칼럼]11월 11일, 무슨 날이죠?
  • 경남일보
  • 승인 2021.11.1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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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 (진주시의원)
 

 

“빼빼로 데이 아닌가요?”

아마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많이, 쉽게 나오는 대답이 아닐까 싶다. 행여나 ‘빼빼로 데이’를 대답하지 못하면 ‘아재’ 또는 ‘꼰대’가 되기 십상이다. 연인들이 서로 빼빼로를 주고받으며 애정을 확인하는 ‘빼빼로 데이’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빼빼로 데이’는 1990년대 중반 한 지방 여중생들이 친구들끼리 우정을 전하며 “빼빼로처럼 키 크고 날씬해지자”라는 의미에서 빼빼로를 나눠먹으며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후 90년대 후반 롯데제과가 자사의 과자 제품 ‘빼빼로’의 마케팅 수단으로 ‘빼빼로 데이’를 적극 홍보하면서 ‘밸런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와 함께 꼭 챙겨야 하는 기념일로 손꼽히게 됐다.

가족과 친구, 연인들에 마음을 전하고 안부를 나누는 이러한 방식들이 나름 일상의 재미로 느껴지긴 하지만 국가가 지정한 국가기념일이 사회에서 잊혀지고 있진 않은지, 또는 소홀히 맞이하고 있진 않은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대한민국 국가기념일은 1973년 3월 30일 제정·공포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해 제정되어 그에 부수되는 의식과 행사 등을 한다.

각종 기념일의 의식과 행사는 이를 전국적인 범위로 행할 수 있고 주간이나 월간을 설정해 부수행사를 할 수 있는데, 모든 기념일의 의식과 행사는 엄숙하고 검소하게 행해야 하며 기념일의 의의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가가 정한 기념일 11월 11일은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농업인의 날’, ‘보행자의 날’, ‘지체장애인의 날’이 있다.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은 6·25전쟁에 참전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유엔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을 기념하고 이들을 유엔참전국과 함께 추모하기 위한 기념일이다. ‘농업인의 날’은 농업(農業)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기념일이다. 이날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한 배경은 농민은 흙에서 나서 흙을 벗 삼아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흙 ‘土’자가 겹친 ‘土月土日’을 상정했고 이를 아라비아 숫자로 풀어쓰면 11월 11일이 된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또 이 시기는 농민들이 한 해 농사를 마치고 쉬며 즐길 수 있는 좋은 시기라는 점도 고려됐다고 한다. ‘보행자의 날’은 국민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걷기의 중요성을 확산하고자 두 다리를 연상하게 하는 11월 11일을 기념일로 지정했다. 2001년부터 지정된 ‘지체장애인의 날’은 새로운 시작과 출발을 의미하는 숫자 1로 구성되어 지체장애인들이 신체적 장애를 이겨내고 직립하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며 스스로를 첫 번째로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필자는 얼마전 할로윈 데이에 대한 폭발적 반응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대형마트와 문구점의 할로윈 특별관은 일주일 전부터 제고가 남아나질 않았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청년들과 아이들의 참여도는 여느 축제때 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설날, 추석에 한복을 입은 사람들을 찾기 어려워지는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이렇듯 기념일의 전통과 가치, 본질과 의미, 역사와 문화 등은 상업적 파워에 밀려 설 곳을 잃어 가고 있다. 우리는 변화해야 한다. 무언가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모델을 새로운 모델로 만들어내는 감각이 필요하다. 즉 국가기념일은 엄숙해야 한다는 의식을 탈피해 조금 더 친근하고 쉽게 접근해 아이들은 물론, 젊은세대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념일을 구성해 보는건 어떨까?

정재욱 진주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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