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분산 없는 주택공급 확대, 국토 왜곡만 더 심화
[경일시론]분산 없는 주택공급 확대, 국토 왜곡만 더 심화
  • 경남일보
  • 승인 2021.11.1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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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논설위원)
 
 



내년 3·9 대선이 채 4개월도 남지 않았다. 대선 후보들은 표심을 잡기 위해 연일 공약을 내놓고 있다. 그 중에서도 부동산 공약에 가장 큰 공을 들이고 있다.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성난 부동산 민심을 반드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폭등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너무나 큰 탓이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들을 보면 실망이 앞선다. 특히 양강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내놓은 부동산 공약이 더 실망스럽다. 공히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대책으로 5년 임기 동안 250만호 신규 주택 공급을 공약했다. 두 후보 모두 부동산 문제 해결책으로 주택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지만 단순하게 주택공급만을 확대하는 방안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공급이 확대되거나 수요가 줄어들면 집값이 하락한다는 게 시장 법칙이다. 문재인 정권은 집값을 하락시키기 위해 각종 규제를 통한 주택 수요를 줄이는데에 초점을 맞췄는데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 대선 후보들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은 듯 하다. 누가 정권을 잡게 되더라도 차기 정권은 주택공급 확대를 통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 같다. 그런데 인구와 일자리 분산이 선행되지 않은 주택공급 확대는 가뜩이나 불균형 상태인 국토를 더 악화시킬 것이 뻔하다. 수도권 집중에 따른 폐해가 매우 심각한 우리나라 특수성 때문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수도권 집중화와 지방 공동화 현상을 감안하지 않고 단지 주택공급만 확대하는 부동산 정책은 국가불균형을 더 가속화시킬 것이다. 5년간 250만호 신규 주택이 공급되면 단기적으로는 수도권 집값은 다소 하락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수도권 집값은 다시 급등하고, 지방의 집값은 대폭락하는 결과를 가져 오게 된다. 250만호 신규 주택 대부분은 수도권에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수요가 많은 곳에 많이 공급되는 게 시장 논리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수도권은 집값이 하락하는 당장의 효과가 나타나게 되고, 이로 인해 수도권으로의 인구 쏠림이 더 가속화되는 현상을 가져 오게 된다. 반면 지방은 수도권으로 빠져 나가는 인구 유출이 더 빨라지게 되고, 집값은 하락하게 된다. 즉, 수도권은 신규 주택 공급 확대→집값 다소 하락→비수도권 청년층 대거 유입→주택 다시 부족→집값 폭등→신규 주택 재 확대 공급→집값 하락→비수도권 인구 재 유입→주택 또 부족→집값 폭등하는 악순환을 거듭한다. 반면 지방은 수도권의 주택 공급으로 청년층 유출→인구 감소→집값 하락→빈집 증가→공동화·피폐화 악화 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인구와 돈, 일자리, 기업 등 모든 재원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주택 공급만을 늘리는 정책은 결코 근본적인 부동산 대책이 될 수 없다. 인구와 일자리 등이 지방으로 분산되지 않으면 수도권으로의 부동산 수요 심리는 꺾이지 않는다. 수도권 인구와 일자리 등의 분산이 먼저 시행된 후에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가 뒤따라야 부동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수도권의 부동산이 안정될 수 있었던 것은 노무현 정부 때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수도권의 인구 및 일자리 분산이 선행된 정책 덕분이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일자리가 분산됐고, 이전기관 임직원들은 일자리를 따라 지방으로 이전했던 탓에 2011년 수도권 인구가 처음으로 줄었고, 그 현상이 2016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이후 분산 정책을 하지 않은데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효과도 줄어들면서 지난 2017년부터 다시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리고 있다. 수도권의 인구와 일자리를 분산하지 않고 시행하는 주택공급 확대는 국토 왜곡만 더 심화시킬 뿐이다.

정영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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