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들어간 우리 마음 깊은 속
보석처럼 숨겨 놓은 하얀 종이 위에
나는 쓰리
‘기~다~림’이라고
-김종태 시인의 ‘약속’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이 어디 쉬운가. 마음을 헤아려 읽어낸다는 것만큼 큰 덕은 또 없을 것이므로. 상대의 마음이 보이지 않아 애태우던 일, 다 보여서 곤란하던 일 한두 번은 겪었을 터이므로. 사는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관계가 형성되어도 ‘마음 깊은 속’에 두어야 할 이 몇 되지 않는 세상은 우리를 외롭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기에 기다림이 있는 삶은 행복하다. 약속할 수 있는 삶은 행복하다. 기다림에는 현재 진행형의 마음이 미래의 지각인 기대에까지 미친다는 점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마음은 움직이는 것이고 보면 약속만큼 불안한 것은 또 없겠으므로 시커멓게 타들어 갈 수 있음도 잘 안다. 그러함에도 ‘약속’ 이후, 마음 깊은 속에 훼손되지 않게 보존해온 순백의 문자. 나는 어떤 약속을 하고 내 마음 깊은 속에 무엇이라고 쓸까.(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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