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의 숲이야기]빨간 매혹 ‘석류’
[박재현의 숲이야기]빨간 매혹 ‘석류’
  • 경남일보
  • 승인 2021.11.1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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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알이 붉게 물들도록 실컷 꽃을 바라보았지요

 

우리 동네엔 허름한 집이 여러 채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지은 집인데요. 그 집엔 저를 끌어당기는 나무가 여러 그루 있답니다. 바로 석류지요. 잘 여문 석류가 많이도 달립니다.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민 가지는 석류가 매달려 축축 늘어지지요. 사람들이 따가지 않을까 싶지만 아무도 건드리지 않죠. 가을아침에 그 집 앞을 지나며 커다란 석류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꽃이 달렸던 곳이 톡 튀어나와 있습니다. 참 실하기도 하지 하는 생각을 했죠. 석류꽃은 다홍빛으로 어여쁘게 피는데요. 꽃이 지고 나면 주황색 꽃대가 그대로 남아 있죠. 그 아래에 석류 열매가 동그랗게 불거지는데요. 다 익으면 열매가 툭 벌어집니다. 빨간 알맹이는 보기만 해도 침을 고이게 하는데요. 그렇지만 석류를 먹는 일은 귀찮고 힘들지요. 빨간 과육이 터지며 상큼한 맛을 내는 건 좋은데, 잔잔한 씨를 발라내는 일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거든요. 물론 씨까지 씹어먹는다면 괜찮겠지만, 입안에서 버걱버걱 씹히는 게 불편한 거죠. 저에게 석류는 보기 좋은 과일이라 생각할 뿐, 먹고 싶은 엄두가 잘 나지 않죠. 석류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알맹이 마다 들어앉은 씨가 번거롭지 않은가봐요.

터키를 여행할 때 사원 근처에서 커다란 석류를 쌓아두고 즙으로 내주는 것을 사 먹었는데요. 유명세 만큼이나 터키의 석류는 크고 당도도 높아 아주 맛났었죠. 석류 한 알을 통째로 즙을 내주는데요. 가격도 싸고 해서 자주 사먹었죠. 참 맛나더군요. 즙으로 낸 것이야 마셔버리면 금방이니 좋은데, 씨앗 하나하나를 발라먹으려면 여간 고역이 아니죠. 아예 즙을 내는 기계를 하나 구해볼까 싶기도 했어요.

옛 그림을 보면 석류를 그려놓은 문인화가 꽤 있습니다. 알맹이가 가득 든 석류 그림은 포도 그림과 함게 자손의 번성을 기원하는 의미로 그려졌죠.

또 석류의 속이 벌어지면 그렇게 어여쁠 수가 없습니다. 작은 씨앗을 감싸고 있는 과육이 투명하고도 붉어 눈을 매혹하기에 모자람이 없죠. 보석과도 같은 빛이 납니다. 그 덩어리가 나눠진 부분에는 얇은 막이 경계를 짓는데요. 자연스럽게 열매가 벌어지는 모습 또한 멋스럽죠.

 

 

석류나무(Punica granatum Linne)는 석류나무과(Punicaceae)인데요. 속 분류가 없이 그저 석류나무과에 석류나무 한 종이죠. 소아시아가 원산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남부지방에서 심는 낙엽 소교목이죠. 짧은 가지 끝은 석류를 탐하는 사람들에 저항이라도 하려는 듯 가시로 변한답니다.

안도현 시인의 ‘석류’라는 시가 있지요. 마당 석류나무 한 그루가 있다면 열매보다 주홍빛 석류꽃을 즐기는 것도 한적(閑寂)의 기쁨이지요. 평상을 깔고 석류꽃이 필 때를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이 얼마나 풋풋할까요. 이런 여유도 시인만이 즐길 수 있는 기쁨이겠지요.

‘마당가에 석류나무 한 그루를 심고 나서 / 나도 지구 위에다 나무 한 그루를 심었노라. / 나는 좋아서 입을 다물 줄 몰랐지요. / 그때부터 내 몸은 근지럽기 시작했는데요, / 나한테 보라는 듯이 석류나무도 제 몸을 마구 긁는 것이었어요. / 새잎을 피워 올리면서도 참지 못하고 몸을 긁는 통에 결국 주홍빛 진물까지 흐르더군요. / 그래요, 석류꽃이 피어났던 거죠. / 나는 새털구름의 마룻장을 뜯어다가 여름내 마당에 평상을 깔고 / 눈알이 붉게 물들도록 실컷 꽃을 바라보았지요. / 나는 정말 좋아서 입을 다물 수 없었어요. /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가을이 찾아왔어요. / 나한테 보라는 듯이 입을 딱, 벌리고 말이에요. / 가을도, 도대체 참을 수 없다는 거였어요.’

나태주 시인의 ‘석류꽃’은 석류가 익어 벌어진 탐스런 모양을 보고 그려낸 시인의 음흉한 생각이 차마 지상에 옮겨적기 민망합니다. 그러고보면 석류가 여성들에게 좋다고는 하는데 이것도 근래 들어서는 관련 기업에서 나온 연구비용으로 쓰인 연구거라는 설이 있어서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의심스럽습니다.

어쨌든 석류에는 식물성 에스트로젠과 유사 물질인 엘라그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습니다. 이 성분은 여성 갱년기를 여성호르몬 분비 조절 작용으로 완화해주는 효능이 있지요. 얼굴이 화끈거리고 두통과 같은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지요. 석류껍질에는 타닌, 칼륨, 비타민 E 등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요. 이 성분들은 혈액 순환을 도와주는 역할로 고혈압, 심근경색, 동맥경화와 같은 혈관질환 개선에 도움이 되지요.

석류에는 피부의 노화 방지에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항산화 작용으로 체내의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세포의 노화를 막아주어 주름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피부를 탄력 있게 만들어 주어 피부 미용에도 효능이 좋아요. 석류에는 안토시아닌, 라이코펜의 성분들은 혈관 건강에고 도움을 준다는군요. 간에 독소를 제거하여 혈류를 원활하게 해주어 남성 정력에도 효능이 있는 식품이라니 효능으로는 꽃노래가 이어집니다.

풍부한 비타민과 무기질 성분은 체내의 면역 세포의 활성화를 도와주어 감기와 같은 질병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좋은 열매가 석류입니다. 이러다 만병통치약으로 소문이 나겠군요. 석류는 100g당 67kcal로 저열량 저지방 과일로 다이어트에 효과적이에요. 석류의 함유된 칼륨은 체지방을 감소시켜주는 작용과 이뇨작용으로 붓기를 완화해줍니다. 다이어트 보조제에 많이 사용되는 푸닉산이 석류에 많이 함유되어 있어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는 군요.

그러나 석류에 함유된 식물성 에스트로젠은 과하게 섭취할 경우 체내에 쌓여 두드러기와 같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적정량을 섭취하셔야 합니다.

얼마 전 적천사라는 신라시대 고찰을 보러 경상북도 청도를 다녀왔는데요. 가는 길가에 석류가 어찌나 탐스럽게 익었던지, 가까이 좀 보려고 차에서 내렸더니 나무마다 “따지 마세요 지발!” “그냥 가라”하는 이름표를 달렸더군요. 탐스러운 빨간 열매의 유혹에 사람들 손을 꽤나 탔나봅니다.

사진기를 들이대고 “찍자, 찍어” 하고 있자니 주인이 돌담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석류 자랑을 줄줄 늘어놓습니다. 적천사 가는 분들 눈 보시 하시라고 키우는 석류 랍니다. 한참을 듣고 홍시까지 3개나 얻어먹고 돌아서려는데 석류 딱 한 개만 따가도 된다는 군요. 감사한 마음으로 제일 잘 벌어진 걸 하나 얻었습니다. 성가신 씨를 씹어가며 알알이 하나씩 털어내 먹었는데요. 달콤한 맛이 좋았지요. 석류를 잘 키운 주인의 정성이 알알이 느껴졌답니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분이 걸리고, 그와 사귀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고 하지요. 석류꽃을 보는 것은 순간이지만, 아름다운 주홍빛으로 시가 남겨지는 것은 영원이지요. 더구나 석류 열매를 먹고 건강해지면 평생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지요.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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