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탈서울이 꿈이었던 교수
[경일포럼]탈서울이 꿈이었던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21.11.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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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나는 엊그제 점심을 먹고 몇 교수들과 휴게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모과 신임 교수가 들어왔다. 안면이 없는 젊은 교수였다. 그 젊은 신임 교수는 우리와 함께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의도 바르고 사교성이 무척 좋아 보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그 교수에게 서울 사람들이 진주를 시골이라 하는데 시골인 진주에 와서 사니 어떠냐고 물었다. 그 교수가 말하기를 자기의 꿈이 탈서울이었는데 서울을 벗어나 살게 되니 너무 좋다고 했다. 의외의 답이 돌아와 당황했다. 진주에 오니 아름다운 남강이 있고, 도시 가까이 진양호라는 호수가 있으며 가까운 거리에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리산과 남해가 있어서 참 살기 좋은 곳인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 아내도 자기와 같이 탈서울이 꿈이어서 다음 달 진주로 완전히 이사 오기로 했다고 한다. 내가 서울에 자리가 나면 도망갈 것 아닌가 했더니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다. 속내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말 속에 묻어나는 느낌으로 참말인 것 같았다. 더구나 큰 국립대학에 근무하게 돼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했다. 참으로 대견한 교수라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우리나라를 흔히 서울공화국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한의 0.6% 땅덩어리에 전체 인구의 20%가 서울에 산다. 경기도 인구를 합하면 약 2200백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반이 넘는 인구가 서울과 경기 지역에 산다.

유럽연합(EU)과 유엔 인간거주계획(UN-Habitat) 등 6개 국제기구가 나라마다 제각각인 도시 기준을 표준화하기 위해 5년에 걸쳐 만든 도시 개념을 최근 유엔이 공식 채택했다고 한다. 이 작업에 참여했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도시 권역’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모두 22개 도시 권역에 인구가 밀집돼 있으나 영국은 96개 도시, 이탈리아는 84개 도시, 스페인은 81개 도시에 흩어져 산다고 한다. 한국은 그만큼 한정된 몇몇 도시에 인구가 집중해서 산다는 의미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균형개발이라는 깃발을 내걸고 공공기관을 과감하게 지방으로 옮겼다. 누구도 감히 할 수 없는 일을 노무현 대통령이 해낸 것이다. 지금 이들 공공기관들은 지방에서 잘 어울리면서 안착해 가고 있다. 현 문 정부에서도 나머지 2차 공공기관을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으나 지금까지 지지부진하다. 노 대통령 만한 강단이 없고 추진력이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전에는 지방 국립대의 수준이 서울 웬만한 사립대학보다 나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지역 거점 국립대마저 서울의 대부분 사립대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다. 인 서울대라거나 지잡대라고 하는 해괴한 말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서울 광인(狂人)들이 지방을 업신여기고 무시하는 있을 수 없는 말을 하고 있다. 나는 대학들이 왜 서울에 집중해야 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요즘은 모든 논문이나 정보들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있고 구할 수 있는 세상이다. 금싸라기 땅에 대학이 왜 있어야 하는가.

대기업 본부도 지방으로 옮겨야 한다. 회사는 지방에 있고 본부는 서울에 있다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서울만 배 불리고 있다. 서울 사람은 본부에 앉아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있어야 하고 지방 회사에서 기름 묻은 작업복 입고 힘겹게 살아야 하는 법이 있는가. 대기업 본사들을 지방으로 옮기면 수도권 집중으로 생기는 많은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가 있다. 주택문제도 해결될 수 있고 수도권 인구 집중의 문제도 해결할 수가 있다. 강력한 수도권개발제한 정책으로 지방을 살려야 한다. 위정자들은 표를 생각하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탈서울이 꿈이라는 젊은 신임 교수가 생각난다. 그 신임교수가 어렵게 꿈을 이루었으니 진주에 안착해 훌륭한 교수가 돼서 행복하게 잘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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