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꽃이라며 거들떠도 안 보다가
뙤약볕 달구어서 농익은 몸매 되니
모두가 부러워하며 갖고 싶어 안달이다
노랗게 꽃 필 때는 눈길 한번 안주더니
누렇게 익고 나니 너나없이 탐을 낸다
온 몸을 쓰다듬으며 안아보고 싶어하네
호박꽃도 꽃이 나며 핀잔주던 사람들아
세상일 모르오니 미리 예단하지 마오
속단은 금물이란 걸 되새기며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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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듬고 다듬어서 스스로 길을 만든 매듭의 호박 줄기가 어머니의
손마디를 닮았다.
산달의 배를 안고 척박한 땅에 무엇이든 안고 넘어야 했던 억척이
꼭 어머니를 닮았다.
가뭄에 눈물로 뿌리를 적시고 뙤약볕 들녘에서 마른 젖을 물리던 그 어머니가 나락이 베인 휑한 늦가을에 누런 호박으로 앉자 계신다.
화장기 없는 민얼굴로, 그래도 제법 제대로 살았다고 넉넉히 계신다.
주렁주렁 새끼들도 가을 햇살을 보듬고 웃고들 계신다.
지금쯤이면 집 나간 사내도
아내의 듬직한 허리가 더 그리울 나이
인정스러운 가을 햇살에 누런 호박은 더 익어가고 계신다.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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