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추위가 오면 떠오르는 ‘나막신쟁이의 날’
[시민기자]추위가 오면 떠오르는 ‘나막신쟁이의 날’
  • 경남일보
  • 승인 2021.11.2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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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티고개에 살았던 가난한 나막신쟁이의 슬픈 ‘설화’
으슬으슬한 기온에 거리 사람들의 옷차림이 두터워졌다. 따끈따끈한 붕어빵,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 고소한 냄새를 퍼뜨리는 호떡은 추위가 찾아왔음을 다시 알려준다. 새로운 계절은 새로운 설렘을 가져온다. 추위 덕택에 멋진 겨울옷을 꺼내 입을 수 있고, 맛있는 겨울 음식을 기대할 수도 있다.

추위는 설렘을 안고 오기도 하지만, 비극을 낳기도 한다. 가난한 이웃에게 겨울은 혹독한 계절이다. 설렘을 만끽할 여유보다, 추위 속 생존의 문제가 더 급하다. 겨울 추위가 다가오면, 늘 생각나는 진주 지역 설화가 있다. 가난으로 모진 매를 단돈 석 냥과 바꾸어 맞아 죽은 나막신쟁이 비극 이야기다.

우리의 음력 24절기 중 겨울 절기는 입동, 소설, 대설, 동지, 소한, 대한 등이 있다. 나막신쟁이의 날은 진주 지역에만 있는 날로, 대한도 다 지난 다음 가장 추운 날씨를 말한다. 옛날 진주의 말티고개 언덕에는 마음씨 고운 나막신쟁이가 하나 살았다. 나막신은 나무를 파서 만든 높은 굽이 달린 신발로, 옛사람들이 비가 올 때나 눈이 올 때 신었다고 한다.

나막신이 잘 팔리는 여름도 지나고, 눈이 오는 겨울철도 끝날 무렵, 나막신쟁이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부양할 식구는 많은데, 나막신은 팔리지 않으니 삼시 세 끼는커녕 매 끼니가 걱정이었다. 장날에 나갔던 나막신쟁이는 그날도 소득 없이 빈손으로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다.

그때 마침 진주성 안에 사는 부자가 어떻게 잘못되어 곤장 30대를 맞게 되었는데, 돈 석 냥에 대신 매 맞을 사람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 길로 부잣집을 찾아간 나막신쟁이는 자기 몸을 돈 석 냥에 팔고 관아에 가서 매를 맞기로 약속한다.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부모와 아내, 자식을 굶기지 않기 위해 용기를 내었건만, 곤장 서른 대를 나막신쟁이의 몸은 버텨내질 못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 말티고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막신쟁이는 단 돈 석 냥을 손에 꼭 쥔 채 숨을 거두었다.

나막신쟁이의 목숨이 끊어진 그날, 모진 바람이 불었고 날씨도 유난히 추웠다고 한다. 그 이후로 매년 동지섣달 스무 이튿날이 되면 가장 추운 날이 되돌아왔고, 진주 사람은 이날을 나막신쟁이의 날이라 부르게 되었다.

서러운 가난 속 가족을 향한 나막신쟁이의 애틋한 마음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선학산과 비봉산 사이에 위치한 구불구불 굽이 진 말티고개를 지날 때마다, 가난과 추위 속 쓸쓸히 죽어간 나막신쟁이의 넋을 기리며, 가족에 대한 사랑은 물론 소외된 이웃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넘쳐나길 바라본다.

/김해찬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진주 말티고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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