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그저 걷다 보면 만나는 가을풍경의 백미, 진주성
[시민기자]그저 걷다 보면 만나는 가을풍경의 백미, 진주성
  • 경남일보
  • 승인 2021.11.2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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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찾아도 넉넉한 품으로 반기는 곳이 있습니다. 그저 걷다 보면 만나는 자연과 역사가 깃든 진주성의 넓고 깊은 품에 안겨 가을 풍경을 구경했습니다.

찾은 때는 개천예술제가 끝난 뒤라 정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바쁜 이들 사이로 가을의 푸르고 파란빛이 내려와 주위를 싱그럽게 합니다. 어느 쪽을 걸어도 좋지만 걸음은 성큼성큼 남으로 걷습니다. 걸음은 쉽게 옮길 수 없습니다. 곳곳에 보이는 아늑한 풍경이 눈과 다리를 붙잡기 때문입니다. 샛노란 은행 나뭇잎 사이로 내걸린 등이 곱습니다. 덕분에 올려다보는 내내 일상의 묵은 찌꺼기는 어느새 사라집니다.

충무공 김시민 장군 동상을 지나 영남포정사 쪽을 바라보자 등들이 청사초롱인 양 환하게 어서 와라 반깁니다. 한편에는 소싸움을 하는 흥겨운 모습이 조형 등으로 만들어져 걸음을 붙잡습니다. 이들을 뒤로하고 남으로 향했습니다. 해는 붉게 떠올라 주위를 밝히고 아직 개 가시지 않은 안개가 기다려달라는 듯 성 너머 풍경을 가립니다. 하지만 안개는 모두를 뒤덮지 못합니다. 안개 사이사이로 선명하게 남강의 푸른빛이 보입니다. 눈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감출 수 없습니다.

가을빛이 곱게 내린 진주성과 남강. 가을 풍경의 백미가 따로 없습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넉넉하고 정갈합니다. 진주에 살고 있어 좋을 때가 한둘이 아니지만 이런 풍경을 한달음에 두 눈에 꾹꾹 눌러 담을 수 있어 더욱더 신납니다. 마치 처음 이곳을 찾은 이방인처럼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를 누릅니다. 두 눈에 담고도 부족한 가을 풍경의 백미를 담습니다.

풍경 산수화는 파노라마처럼 우리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자연이 그린 가을풍경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잠시 일상의 무게는 내려놓고 이 풍경과 하나 됩니다. 마치 산수화 속을 거니는 듯 주위를 걷습니다. 덩달아 걸음은 가벼워지고 마음은 넉넉해집니다.

촉석루를 지납니다. 비록 누각에 올라 더욱더 아름다운 풍광을 담지 않아도 아쉬움은 남지 않습니다. 진주성 곳곳에 내린 가을 풍경이 연신 손짓하기 때문입니다.

성곽에 기대어 잠시 멍을 때립니다. 태양은 황금빛으로 사방을 밝히고 어느새 안개도 시나브로 물러납니다. 열심히 살아온, 살아갈 우리를 격려하는 듯 해님은 방실방실 웃으며 우리 앞을 밝혀줍니다.

새들이 무리 지어 브이(V)자 형태를 취해 하늘을 날아갑니다. 어디로 가는지 시선이 쫓아갑니다. 그러다 까치가 아는 체를 하며 내는 반가운 인사에 시선을 거둡니다.

곳곳에는 나뭇잎들이 떨어져 수북합니다. 덩달아 우리네 감성도 쌓입니다. 괜스레 낙엽 위를 걷습니다. 아침이라 물기를 머금었는데도 낙엽은 경쾌한 환영의 노래를 들려줍니다. “바스락바스락”. 낙엽이 들려주는 노래 덕분인지 마음은 상쾌하다 못해 유쾌해집니다.

임진 계사 순의 단이 있는 광장에 서자 오가는 바람이 뺨을 어루만집니다. 잠시 숨을 고릅니다. 성 너머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우리의 일상이 깃든 도심이 함께합니다. 그런 도심을 비봉산이 아늑한 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다시금 공북문 쪽으로 향합니다. 성곽을 사이에 두고 일상 속 번잡한 소리가 쳐들어옵니다. 진주성은 단단하게 일상 속 소음을 막습니다. 진주성의 방어 덕분에 곳곳에 깃든 가을을 가슴에 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계절을 품은 휴식과 치유가 머문 곳에는 쉬어가라 유혹하는 벤치들이 많습니다. 벤치에 앉아 가져간 캔 커피를 마십니다. 달곰합니다.

숨을 고른 뒤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가 깃든 용다리 돌무더기를 지나 걸음은 북장대가 나옵니다. 북장대에서 바라보는 한 폭의 풍경은 남강 변과 또 다른 모습을 선물합니다.

북장대를 지나 서장대를 돕니다. 탑돌이 하듯 진주성을 거닐자 일상 속에 짓눌렸던 고단한 속세의 번뇌가 물러갑니다. 다시 새 희망을 지필 힘을 얻습니다.

/김종신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진주성 서장대 인근 풍경. 가을의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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