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전두환 전 대통령과 문인 조연현의 생가
[경일포럼]전두환 전 대통령과 문인 조연현의 생가
  • 경남일보
  • 승인 2021.11.2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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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경남작가회의 회원)
함안, 의령, 합천 등에는 유명인의 생가가 여럿 있다. 태어났거나 살았던 곳이어서 그분의 체취를 느끼고 싶은 분들이 많이 찾는다. 전두환 생가는 합천군이 대통령 재임 중인 1983년, 터와 건물을 사들여 현재까지 관리하고 있다. 관리비로 군 예산이 투입되고 있어서 도내 시민사회단체는 ‘혈세 낭비’라고 주장하고 있다. 생가 입구에 합천군이 2020년 추석 전에 새로 세워놓은 안내판에는 ‘1979년 3월 국군보안사령관으로 임명됐으며 그해 10월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이 발생하자 합동수사본부장을 맡게 됐는데, 그 수사 과정에서 12·12사태가 빚어졌다.(중략)…전두환 대통령은 취임 때의 단임 실천 약속에 따라 1988년 2월 퇴임함으로써 40년 헌정사에 임기를 마치고 스스로 물러난 최초의 대통령이 됐다’고 기록되어 있다. 마치 12·12군사반란을 전두환이 주동한 것이 아니라 당시 맡은 지위와 역할 때문에 사건에 개입된 것처럼 적혀 있다.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짓밟으며 임기 마지막 해인 1987년 4월 13일, 특별담화를 통하여 개헌하지 않고, 기존 선거인단으로 후임 대통령을 뽑겠다는 호헌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면서 목숨을 바친 박종철·이한열 열사를 비롯한 수많은 국민의 항쟁에 의해 6·29선언으로 항복하고서야 물러났다. 이전 안내판에서 10문장 정도의 미사여구를 지웠는데도 이 모양이다.

광주 5·18의 피비린내가 채 가시기 전이었다. 1980년 9월 1일, 전두환은 통일주체국민회의에 의해 제11대 대통령에 뽑혔다. 조연현은 대통령 취임사를 듣고 난 소감을 ‘전 대통령의 취임사를 보고, 새 정부, 기대와 과제와…’라는 시리즈의 한 글을 ‘동아일보’ 1980년 9월 6일자에 썼다. 돌아가시기 1년 전이었다. “… 전 대통령의 교육과 문화에 대한 전기한 시책방향은 내가 보기에는 일종의 문화적 혁명을 시도해 보려는 보다 고차원적인 정치적 이념과 결부되어진 것이 아닌가… 국민정신의 개조라는 이 중대한 획기적인 발언의 정신은 전 대통령이 제시한 모든 시책의 근원적 흐름으로 느껴졌다.” 그는 불과 4개월 전에 있었던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잔인한 진압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전두환 생가에서 함안초등학교까지 승용차로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함안초등학교를 졸업한 조연현의 생가가 학교 근처에 있다. 생가의 시멘트 담장 아래 2013년 9월 6일, 함안문인협회가 세운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에는 ‘간결 명철한 논리로 비평문학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등 한국 현대문학의 문패로 일컬어지고 있다’고 한다. 전두환을 찬양했던 조연현 생가는 함안군이 아니라 그냥 새 주인이 살고 있다. 생가가 비난받지도 않는다. 그냥 이렇게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자발적으로 방문하고, 추모하면 된다. 다만 공로와 함께 일제시대의 친일뿐만 아니라 독재시대도 기억해야 한다. 3·15의거의 김주열 열사가 죽기 며칠 전, 만송족인 조연현은 1960년 3월 9일, 마산 무학초등학교에서 열린 정·부통령 지지 강연회에 연사로 참석하여 박종화, 황성수, 이은상과 함께 이기붕 부통령 후보를 찬양하였다. 계속해서 그는 오랫동안 문단 권력자로 있으면서 박정희, 전두환을 적극 지지하는 삶을 살았다. 함안군은 선비의 고장이고 3·1운동에 앞장섰던 항일의 역사가 깃든 곳이다. 공연히 함안군청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행정기관이 나설 일도 아니다.
 
전점석 (경남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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