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더 쉽고 편하게” 농기계 만드는 농민 발명가
“농사 더 쉽고 편하게” 농기계 만드는 농민 발명가
  • 강진성
  • 승인 2021.11.22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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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 금산면 강동길씨 하우스 이랑 평탄기 개발...시간·인건비 대폭 절감
농산물 컨테이너 운반구·비닐하우스 고정공구 등 발명제품 3개 특허 받아
진주시 금산면 고추 시설하우스. 관리기가 지나가자 이랑(두둑)이 만들어진다. 이랑 상부는 평탄작업까지 마쳐 반듯한 모습이다.

관리기가 600평 크기의 하우스를 빈틈없이 지나가자 2시간도 안돼 이랑 작업이 모두 끝났다.

평소 같으면 관리기로 이랑을 만들고 사람이 직접 쇠스랑으로 평탄작업까지 마쳐야 한다. 반나절은 걸리는 작업이다.

작업시간과 인력을 대폭 줄인 비밀은 관리기 하부에 있다. 버튼을 누르면 높낮이 조절과 접었다 폈다가 가능한 날개 모양의 평탄장치다.

정식 기계명은 ‘시설하우스 이랑 상부 평탄화를 위한 고효율 평탄기’다. 일명 ‘찰지내’로 불린다. 케이이지팜의 제품이다. 이 업체는 사실 금산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강동길씨(46)의 1인 기업이다.

강씨는 올해로 농사 11년차다. 이전에는 굴삭기 운전을 15년 간 했다. 장비를 오래 만지다보니 손재주가 많았다.

하지만 귀농 당시 농삿일에 문외한인 그는 옆 농가가 하는 것을 보고 따라했다.

3년 정도 지나자 불편함이 느껴졌다. 일손이 부족한데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 많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이랑 평탄 작업이다.

기존 방식은 관리기로 이랑을 만들고 나면 사람이 직접 쇠스랑으로 이랑을 평평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쇠스랑 작업에 3명 정도 투입돼 인건비도 만만치 않다. 인건비도 문제지만 평탄작업이 제대로 안돼 다시 손을 봐야하는 경우가 많다.

평탄작업은 작물수확과 직결돼 중요하다. 이랑이 고르지 않으면 점적호스에서 공급되는 물이나 영양분이 지반이 낮은 곳으로 쏠리게 돼 작물이 골고루 자라기 어렵다.

강씨는 기계로 한번에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관리기에 이랑작업기를 부착했다. 땅을 갈면서 동시에 평탄작업이 이뤄진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수동조작으로 불편함도 있고 작업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강씨는 개조작업에 들어갔다. 농사 특성상 1년에 1~2번밖에 테스트를 못하다보니 시간도 많이 걸렸다. 하나 둘 업그레이드 하다 보니 이제는 버튼만 누르면 모터로 작동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찰지내’는 수 년에 걸친 개량끝에 올해 시제품이 나오게 됐다.

동네에서는 이미 소문이 났다. 시간과 인력 절감을 한번에 할 수 있어 너도나도 강씨를 찾는다.

그의 특허 제품은 또 있다.

농산물 컨테이너 박스를 나르는 ‘나르고’도 히트제품이다. 나르고는 강씨의 누나때문에 발명됐다. 컨테이너를 나르던 누나가 ‘허리 아프다’는 말을 자주하자 개발에 나섰다.

컨테이너 하나에 고추를 가득담으면 무게는 25㎏에 달한다. 나르고는 이런 컨테이너 4개를 한번에 쉽게 옮길 수 있다. 100㎏가 넘는 무게도 여성이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금산농협 공도선별장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물건이 됐다.

올해는 통영에서 굴컨테이너 사이즈에 맞게 제작해 시연을 보이기도 했다. 강씨는 “나르고는 다른 컨테이너에도 얼마든지 응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특허품은 ‘길동이’다. 길동이는 비닐하우스 사철 고정공구다. 비닐하우스 작업시 사철을 손으로 구부리는 과정에서 힘이 많이들어가자 곧장 개발했다. 손쉽게 힘들이지 않고 작업이 가능하다.

강씨는 금산면 농민들 사이에서 보배같은 존재다. 그는 필요하다고 느끼면 발명에 들어간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될 때까지 하는 성격이 천상 발명가다.

그는 “힘들게 만든 발명품이 농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농민에게 도움주는걸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강갑중 전 진주시의원이 도움도 컸다. 강 전 시의원은 “농삿일이 과거에 비해 기계화가 많이 됐지만 아직도 사각지대가 있다”며 “혼자서 발명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포기하지 않고 달려와 줬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까지 농민이 필요로하는 농업기계나 장비가 많다”며 “강씨처럼 뭔가 하려고해도 비용 문제 등으로 개발이 쉽지 않다. 이런경우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진성기자 news24@gnnews.co.kr

 
진주시 금산면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강동길씨가 직접 발명한 이랑두둑기 ‘찰지내’를 설명하고 있다.
진주시 금산면에서 강동길씨가 ‘찰지내’로 이랑 만들기와 평탄작업을 동시에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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