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농산물 가격이 비싸다고요?
[기고]농산물 가격이 비싸다고요?
  • 경남일보
  • 승인 2021.11.2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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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수 (전 경남농업기술원장)
강양수

 

농업인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런저런 고충과 함께 농산물에 대한 과장·왜곡된 언론보도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됨으로써 그 피해를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어느 신문에 ‘올라만 가는 생활물가, 아득하다’ 라는 제목의 기사 속에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수입도 원할치 못하면서 신선식품, 가공식품 할 것 없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신선식품인 풋고추, 호박고구마, 적상추, 애호박, 깻잎, 쪽파 가격이 전주 대비 34~60% 올랐다고 보도했다.

지난여름에는 대표 과일인 수박 가격이 2~3만 원 할 때 ‘금덩이 된 수박’이라는 제목의 자극적인 보도도 있었다. 이외에도 ‘추석 장 보기가 무섭다’, ‘폭등하는 쌀값 가게 주름살’, ‘삼겹살보다 비싼 채소 값’, ‘금배추’ 등이 있다.

반면 이런 상황에서도 계란 한판 가격이 8~9000원 할 때에도 농축산물 가격이 국민들의 생활을 힘들게 하는 주범으로 몰아가는 보도를 접할 때마다 참으로 씁쓸했다.

농업은 생명산업으로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대단히 중요한 산업이다. 하지만 항상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세계는 소리 없는 종자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업 연구개발 보급 예산 편성은 늘 정체되고 분야별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선진국으로 진입해 이전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농업을 주력산업으로 하고 있는 농촌은 고령화, 인구 소멸, 기후변화, 재난성 질병 발생, 농자 제값 상승, 노동력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업인들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해 내고 있지만 좀처럼 삶의 질은 높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 45.8%, 곡물 자급률은 불과 21%로 떨어졌고, 쌀을 제외한 자급률은 3.4%에 그친다. 또한, 빵·라면·과자의 주원료인 밀의 자급률은 0.7%에 불과하고, 쇠고기·돼지고기 자급률도 39%, 69%로 매년 엄청난 육류가 수입되고 있다. 더구나 세계 곡물 가격은 지난해 9월부터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정치권과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 위험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실제로 농산물 가격 상승이 가계지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농산물 가격이 소비자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주범이 아님에도 생산된 농산물에 대한 원인과 경제성을 따져보지도 않고 가격상승에만 초점을 맞춰 자극적인 제목을 뽑는다. 이는 가뜩이나 어려운 농업을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고가의 휴대폰은 1~2년 만에 교체하고, 3~5000원 하는 커피는 매일 마시면서 하루에 먹는 쌀값이 자판기 커피 한 잔, 소주 한 잔 값도 안 되는데도 비싸다고 말한다. 그러나 농산물 가격이 폭락했을 때는 오롯이 농업인들이 그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40년(1980~ 2019년) 동안 통계자료에 따르면 닭고기는 3.4배. 쌀값은 3.2배, 사과는 3.4배 오른 반면 강남의 아파트 가격은 84배, 국민 1인당 GDP는 18.5배, 국립대학 등록금은 19.1배나 올랐음에도 농축산물 가격이 조금 올랐다고 호들갑이다,

그럼에도 내년 대통령 선거에 나설 여·야 대통령 후보들 중 뉴노멀 시대 농업 분야의 올곧은 정책과 비전을 제시는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농업관련 일을 하면서 먹을거리를 묵묵히 생산하는 농업인들에게 고맙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농업 발전 없이 선진국이 된 나라가 없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농업농촌은 미래 성장 산업으로 식량안보 역할뿐만 아니라 치유농업, 체험관광, 기능성 식품, 바이오 신약 스마트 팜, 식물 공장 등 다양한 영역을 내포하고 있다. 때문에 농업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은 자명한 일이다. 언론기관에서는 이러한 사정을 면밀히 분석하고 농업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농업전문기자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위드 코로나시대에 새로운 농업농촌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강양수 전 경남농업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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