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61]
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61]
  • 경남일보
  • 승인 2021.11.2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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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겨울달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지난달은 겨울로 들어서는 달이라고 ‘들겨울달’이라고 했었는데 이달은 온이 겨울로 가득찬 달이니 ‘온겨울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해 가운데 밤이 가장 긴 ‘동지’를 ‘온겨울’이라고 하는데 ‘온겨울’, ‘동지’가 든 달이라 그렇게 부른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오늘은 온겨울달, 섣달, 12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을 알려드립니다.

달이 바뀌고 이레 만에 드는 철마디(절기)는 눈이 엄청 크게 많이 내린다는 ‘한눈’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이 있는 지리산에 올해 들어 첫눈이 내렸다는 기별을 들은 지가 거의 보름이 되어 갑니다. 길눈이 내리기도 하는 곳에서는 지겨울 만큼 자주 오지만 우리 고장에서 잣눈은커녕 자국눈 구경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몇 해 앞에 밤새 도둑눈이 내려 아침에 일터로 가는 사람들을 엄청 어렵게 만들었던 일도 이제는 가물가물 합니다.

다른 곳에 갈 일이 있어 나갔다가 숫눈 위에 발자국을 찍기도 하고 쌓여 있는 눈을 뭉쳐 던져 보기도 했습니다. 어릴 때는 눈을 크게 뭉쳐 눈사람도 만들고 동무들과 눈싸움도 했는데 그렇게 하기는 좀 열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지요. 어제 다른 고장 사람이 함박눈이 내린다며 찍어 보내 준 움직그림을 보며 여럿이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진눈깨비가 내리던 날 수레에 떡처럼 척척 내려 붙는 것을 닦으며 일터로 가던 일도 생각납니다. 더 오래 앞에는 눈이 많이 온 날 제가 사는 마을에 고라니가 내려왔던 일도 있었고 마을 아이들이 함께 토끼몰이를 했던 일도 떠오르네요. 여러분은 눈이 오는 겨울 하면 어떤 일이 떠오르시는지 궁금합니다.

섣달, 12월은 한 해를 마무르는 달인 만큼 갈무리를 할 게 많은 달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그런 일을 하면서 스스로를 뉘우치기도 하지만 새로운 해 또 다른 일을 해 나갈 힘을 얻기도 합니다. 잘한 일, 좋았던 일들 돌아보고 모자라거나 아쉬웠던 일들 채워서 새해에는 기쁜 일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추위가 이어지는 철인만큼 고뿔 걸리지 않도록 늘 따뜻하게 잘 챙겨 입고 다니는 것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1)온겨울달: 12월을 다듬은 말
2)온겨울: 동지를 다듬은 말
3)한눈: ‘대설’을 다듬은 말
4)첫눈: 그해 처음 내리는 눈
5)길눈: 사람 한 길이 될 만큼 많이 쌓인 눈
6)잣눈: 한 자 깊이 될 만큼 많이 쌓인 눈
7)자국눈: 겨우 발자국이 날 만큼 적게 내린 눈
8)도둑눈: 밤사이에 사람들이 모르게 내린 눈
9)숫눈: 눈이 와서 쌓인 그대로의 깨끗한 눈
10)함박눈: 굵고 탐스럽게 내리는 눈
11)움직그림: ‘동영상’을 다듬은 말
12)진눈깨비: 비가 섞여 내리는 눈
13)마무르다: 일의 뒤끝을 맺다
14)갈무리: 일을 마무리함
15)고뿔: ‘감기’를 뜻하는 토박이말

(사)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이창수 (사)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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