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사랑의 레시피
[경일춘추]사랑의 레시피
  • 경남일보
  • 승인 2021.11.2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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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희 (수필가 진주문협회원)
 



말 그대로 닭살인 잉꼬부부가 있다. 결혼 생활 20년이 넘었는데 전혀 지루해하지 않고 지금도 사랑이 진화 중이다. 술도 둘이 마셔야 좋고 등산도 둘이 가야 즐겁고 낚시도 둘이 해야 즐겁다. 사소한 논쟁이 언쟁으로 변하면 필시 오늘 사단이 나서 도장을 찍겠구나 싶을 만치 살벌하다. 그러나 언제나 술자리 끝이나 길어야 반나절의 가출 끝에는 당신만한 여자 없고 당신만한 남자 없다. 당신이 존재하므로 내가 있다. 이렇게 살아줘서 영광이다 고맙다로 끝난다.

아내가 문교부 혜택을 제법 받아 아는 게 많고 형제 많은 집에서 자라 정도 많다. 그러다 보니 선의의 행동이나 말이 탈이 나는 경우가 있다. 남편은 그런 상황이 되면 “남들은 당신 맘 모르고 그러지. 내가 아니까 괜찮아. 하지만 다음에는 말을 좀 줄이고 나서지 않는 게 좋겠어. 당신 단점이라곤 그거 하나 있는데 그거 없음 당신 너무 완벽하잖아. 그래도 고치면 좋지. 여보, 힘내. 당신 옆엔 내가 있잖아.”

아내를 지켜야하니 남편은 더 부지런히 능력을 키우고, 든든한 남편이 있으니 아내는 늘 젊고 활달하다. 두 사람의 사랑의 레시피가 무얼까. 내 판단으로는 끝없이 각자의 분야에서 노력하기, 단점 인정하기, 장점 알아주기, 그리고 무엇보다 일등공신은 무조건 편들기다.

학원을 생업으로 살다보니 학부모님과 심리 상담도 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아이들은 언제나 밝고 당당하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안정감은 아이들이 먹어야하는 가장 효과 있는 영양제다. 나는 모든 아이들을 누가 뭐라 하든지 편견 없이 보고 믿는다. 처음엔 행동이 불손했던 아이들도 믿어주면 믿은 만큼 변한다. 오늘은 수연이가 속상해서 들어온다. “누구야 도대체 누가 착한 우리 수연이 괴롭혔어 샘이 혼내줄게. 샘에게 시원하게 말해봐.”

행복의 반대말은 불안과 걱정이란다. ‘무조건’이라는 노래가 인기가 있고 로맨스 드라마가 시대불문 유효하며 재생산되는 이유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고파서일 거라 생각한다. 아픈 말이 목으로 넘어가면 식도염이 되고 염증으로 된 말이 가슴으로 넘어가면 불안감이 된다. 현대인의 만성 지병인 이것들은 무조건적인 사랑의 레시피로 치유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사랑받는 사람들의 특징은 잘잘못을 분명히 가릴 줄 알고 잘못을 했을 때 늦지 않게 사과할 줄 안다는 것이다. 내 안에 사랑의 레시피가 없는 사람은 언제나 참을 수 없는 가벼운, 또는 무거운 외식을 하게 된다. 사랑한다면 일단 믿어주자. 삼십 분 후 시비를 가려도 늦지 않다.

민경희 수필가 진주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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