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태양광 시설에 예술적 개입을 허하자
[경일포럼]태양광 시설에 예술적 개입을 허하자
  • 경남일보
  • 승인 2021.12.0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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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문재인 대통령이 합천호에 수상 태양광발전을 위한 태양광 시설을 확대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새만금 등 수상 태양광에 대해 현 정부에서는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수상 태양광이 새들의 배설물 때문에 그 효율이 있냐 없냐로 옥신각신하는 에너지정책의 문제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산지 태양광 설치로 인한 집중호우 시 산사태 및 유실 우려도 현실화한 것이 사실이다. 그로 인해 태양광의 에너지 효율 등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의 구글 본사 캠퍼스에는 구글 마크가 달린 건물들 사이로 커다란 서커스 천막 모양의 건물이 있다. ‘베이 뷰(Bay View)’라고 불리는 구글의 신사옥이다. 물결치는 듯한 곡선 형태의 건물 지붕에는 9만 장의 태양광 패널 설치가 이뤄지고 있다. 기존에 우리가 흔히 보는 직사각형 태양광 패널이 아니다. 모서리 부분이 겹쳐있는 형태로, 패널이 설치된 지붕은 용의 비늘 같은 예술적 경관을 연출한다. 구글은 이 태양광 지붕이 해당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40%에 해당하는 전력을 생산한다고 한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실리콘밸리 거대 정보통신 기업들이 친환경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환경을 보호하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이 기업의 의무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이 건물은 자연 친화적 에너지 생산을 위한 태양광 등을 어떻게 예술적 개입을 유도하면서 설치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회화와 시는 마치 우리가 사랑하는 것처럼 절제도 보호도 없이 서로 피와 완전한 포옹을 나누며 완성된다.” 유명한 스페인 화가 호안 미로(Joan Miro, 1893-1983)의 말이다. 시가 그림을 만나 예술로 승화되고 그것은 융합이란 말로 서로의 영역을 공유한다. 간단히 말해 호안 미로의 말에는 예술이 개입되어 그 이전 각자의 모습은 예술이란 하나의 통합된 영역으로 새롭게 태어난다는 말이 숨어 있다.

예술적 개입(Artistic Intervention)은 ‘기업 현장에 예술가 혹은 예술적 요소를 도입하는 것’을 말한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술적 개입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모든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예술이 그 객체에 개입되었을 때 가치는 올라가고, 놓이는 위치에 따라 아름다움을 배가시킬 수 있다.

예술가를 생산설비에 투입한 후 발생하는 생산 효율성은 25%가 상승한다는 이론이 있다. 그 이유는 예술가가 보는 세밀함이 다른 작업자들에게 전달되고 이로 인해 시스템의 효율성이 증대하고 생산능률을 올려주는 결과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모든 산업 분야에서 예술적 개입이 적절히 활용되고 있다.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 우리가 명품이라고 부르는 제품들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디자이너다. 디자인이 아름답고 눈에 쏙 들어와야 소비자들로부터 이목을 집중시키고 그로 인해 판매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명품의 생명이고 디자인이 수입을 늘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뿐일까. 예술적 개입은 모든 분야로 확대되고 있고, 실생활에서 수시로 느끼는 삶의 현장이 되고 있다. 예술적인 제품이 인기가 있고 더 아름다운 집, 구조 등에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가야 제품이든 집이든 장식이든 더 잘 팔리고 상품의 가치는 향상된다. 그만큼 예술, 예술(Art)은 우리의 실생활 모든 분야에 침투해 있다. 이제 예술이 접목되지 않은 산업은 있을 수 없고 또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예술은 필수적으로 접목되어야 할 분야가 되었다.

합천호에 검은색 수상 태양광이 수면 위를 덮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주변은 산과 들로 자연이 어우러져 있는데, 기존의 전원 풍광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까. 필자는 실리콘밸리 신사옥의 ‘용의 비늘’에서 앞으로 우리의 자연 친화적 에너지시설의 아름다운 미래를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가가 느껴진다. 예술적 개입, 아름다움이 가미된 모습으로 설치된다면 그리고 그 효율성이 높아진다면, 그것을 반대하는 여론은 잠재워질 것이다.

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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