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문 정부, 2차 공공기관 이전 무산, 약속 지켜라
[경일시론]문 정부, 2차 공공기관 이전 무산, 약속 지켜라
  • 경남일보
  • 승인 2021.12.0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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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위원)
문재인 정부가 ‘혁신도시 시즌2’인 제2차 공공기관 이전 사업과 관련, 구체적인 추진계획 발표에 늑장을 부리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달 22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 임기 내 이전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부총리는 “남은 임기 6개월 동안에 사실상 어렵다”면서, “다만 대선후보들이 모두 공약할 테니 좌절되는 일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불과 2개 여월 전까지만 해도 수도권 공공기관 중 100명 이상이 근무하는 150여 개를 지방에 적절히 이전, 배치할 것처럼 말하다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정부 여당은 4년 6개월 동안 2차 공공기관 이전을 할 것처럼 우려먹다가 이제와서 못한다고 대못질을 한 것이다. 학수고대하다 물건너 갔음이 확실해지자 실망이 크다.

인구감소로 백척간두의 소멸위기 사태로 인해 황폐화·공동화 현상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2차 이전이 큰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지방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한 업적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현 단계에서 ‘다음 정부’ 운운하는 것은 기만한 것이나 진배없고, 지방의 어려운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다. 폭탄 돌리기 하는 것 같은 정부의 처사는 유감스럽다. 누가 정권을 잡을지도 모르는 중에 사탕발림하듯 다음 정부에 떠넘긴다니 어처구니없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긴다고 밝힌 것은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대선을 의식한 정무적 판단이라면 더 큰 문제다. 지역균형발전은 대선 표심의 미끼가 될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때부터 추진해온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올해로 17년째를 맞았지만 지역 불균형은 갈수록 심각한 상황이다. 사람, 돈이 수도권에 집중, 지역은 젊은 층이 떠나고 공장은 텅 비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 전체 인구수의 50%를 넘었다. 1차 공공기관 이전 효과가 미약해지면서 5년 만에 수도권 인구 쏠림 현상이 재연, 순유입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차 이전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임과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약임을 뻔히 알면서도 연기한 것은 이율배반이다. 이전 연기는 지역민들의 역풍을 맞을지도 모른다. 정부는 이런 의구심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조속히 발표해야 한다.

'서울공화국’이란 말이 고착화된 현재 지역균형발전은 지방은 물론 국가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수도권 일극체제 속에서 지방의 소멸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가 미래를 위해 수도권의 과다한 팽창을 억제, 국토균형발전을 활발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공공기관 이전의 갈등과 반발이 두렵다고 피할 문제가 아니다. 균형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으로서 이전은 필수다. 돈, 권한을 ‘찔끔찔끔’ 내려보낼 게 아니라 왕창 분산시켜야 한다.

전국 228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89곳이 소멸하면 국가 존립도 어려워진다. 비수도권 균형발전을 계속 방치하다간 대재앙을 부른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강력한 지역균형발전정책을 펼쳐야 지역이 산다. 현 정권 내내 공수표를 날리고 뜸만 잔뜩 들이다가 좌절시켰다. 처음부터 이전이 안 된다고 했으면 단념했을 텐데 지방을 화나게 하고 있다. 미완 상태인 진주 등 전국의 10개 혁신도시는 현 정부 내내 목이 빠져라 2차 이전 발표를 기다렸다.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이런 막무가내식 거짓말을 일삼아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말로만 균형발전을 외쳤지 결과적으로는 철저히 무시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가적 재앙인 지방소멸대책은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수도권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교통과 쓰레기 대란을 해결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것도 균형발전을 소홀히 한 업보(業報)다. 진작 분산을 시켰다면 이런 난리는 겪지 않았을 것이다. 문 정부는 2차 공공기관 이전 무산에 대해 약속을 지금이라도 지켜라.
 
이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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