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영화 '싱크홀'을 보고
[경일춘추]영화 '싱크홀'을 보고
  • 경남일보
  • 승인 2021.12.0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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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청렴 및 학부모교육 강사)
 



매미도 울다 지친 한여름의 오후 나 자신에게 반일투한의 휴가를 주어 ‘싱크홀’이란 영화를 보러갔다. 영화 ‘목격자’처럼 평범한 주인공은 11년의 노력 끝에 5층짜리 연립주택에 입주했으나 감격도 잠시 집들이 날 동료 회사원들과 회식 도중 청천벽력으로 수백 미터 땅속으로 떨어져 사투를 벌이며 초인적 힘으로 부성애를 발휘 아들을 구출한다. 살아남은 동료 김대리는 도저히 아파트를 살 수 없음을 알고 캠핑카에 신접살림을 차려 한강뷰가 좋다며 자위한다.

집은 가족들이 오붓하게 사람의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공간이며 눈물로 걷는 인생의 길목에서 가장 오래, 가장 멀리까지 배웅해 주는 우리 가족들의 안식처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선 후 수도권 인구 분산정책이 뜻하지 않게 성공 기미가 보인다. 내집 마련의 꿈을 포기한 젊은이들이 어쩔 수 없이 서울을 벗어나 둥지를 트니 서울 인구가 뜻하지 않게 감소한다

그 사이 정부 덕에 아파트 한 채 가진 사람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졸지에 수십억 자산가가 되었다.

한무제는 기원전 89년에 윤대(輪臺)에서 내린 조서에서 서역과 흉노를 상대로 벌인 전쟁을 후회하며, 백성의 삶을 돌보지 않은 자신의 지난 잘못을 인정했다. 이 조서가 유명한 ‘윤대죄기조(輪臺罪己詔)’다. 평생 전장을 누볐던 정벌 군주가 제 잘못을 직접 죄 주고, 정책 기조를 수문(守文)으로 전환했다. 처음은 나빴지만 끝이 좋았다.

당 태종의 신하 위징(魏徵)은 ‘십점불극종소(十漸不克終疏)’를 올렸다. 태종이 점차 초심을 잃어 열 가지 나라 일이 점점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지적을 돌직구로 날린 글이다. 당 태종이 정관지치(貞觀之治)를 이룬 바탕에는 위징처럼 직언하는 신하가 있었고 덕종이 몇 년 만에 나라를 말아먹은 것은, 곁에 노기 같은 무능한 간신들이 에워싸고 있어서였다. 시작이 있어야 하지만 끝은 더 중요하다.

부동산 정책 하나만은 자신있다던 그의 입을 믿은 서민들의 허탈감을 어떻게 보상할 것이며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우리의 원자력산업은 또 어떻게 되었나.

정말 자기 말대로 우리는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나라에 산다.’ 그를 ‘달님’이라며 아첨하고 꼬리 흔들며 권력의 부스러기를 주워 먹은 주구들은 역사 앞에 무엇으로 또 변명할 것인지 궁금하다. 천하의 제갈공명도 중요시한 집단사고 즉 집사광익(集思廣益)의 교훈이 생각난다. 척확무색이라 자벌레는 정해진 빛깔이 없다. 백성의 마음이 떠나면 아무것도 못한다.

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청렴 및 학부모교육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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