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준비 없는 인구소멸 정책
[경일시론]준비 없는 인구소멸 정책
  • 경남일보
  • 승인 2021.12.0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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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섭 (객원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연구교수)
대한민국은 지금, 지방소멸 위기가 눈앞에 다가와 비상이 걸렸다. 다른 선진국들도 지방소멸을 국가적 재앙으로 대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의 각 지역이 인구 유출과 산업 부진으로 지역 인구 감소 사태가 심화되고 있다.

정부 산하 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지방소멸 보고서는 향후 30년 내 사라질 위험이 큰 지역에 대해 엄중히 경고했다. 이미 농어촌 지역에서는 갓난아기 울음소리가 멈췄고 빈집과 휴경지 증가로 공동화 현상, 청년층 수도권 유출, 지방대 신입생 정원 미달 사태 등 지방소멸의 전조는 벌써 시작되었다. 이는 결국 국가적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 그래서 지방소멸은 국가적 대재앙인 셈이다.

한국 인구 구성에서 변곡점이라 할 일들이 2020년에 거의 동시에 벌어졌다. 수도권 인구가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고,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가 처음 나타났다. 지방소멸을 막는 최선의 정책은 국가균형발전이다.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한 국가균형발전 선언이 벌써 17년을 맞이했다. 노무현 정신을 승계한 문재인 정권은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등에 업고 야당이나 다수 국민의 반발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이 필요한 정책들만 독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을 뿐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의 진정성은 전혀 보일질 않는다.

지방소멸이 비단 지방의 문제만은 아니다. 대도시인 부산, 대구, 대전도 인구 감소가 눈에 띈다. 부산의 경우 중·동·서·영도구 등 원도심 4곳과 창원시의 마산합포구도 인구소멸 지역에 포함됐다. 경남의 경우도 마산합포구를 제외한 13개 시군이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석됐다. 앞으로 전국적으로 소멸 위기 지역은 갈수록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 경상남도가 추진하는 부울경 메가시티도 인구소멸에 대응하는 정책의 일면도 있지만, 또다시 서부경남은 부익부 빈익빈 정책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심각히 우려가 된다.

노무현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까지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대명제에 국민적 신뢰나 성과는 무의미했다. 국가균형발전과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위해 추진한 항공 MRO사업 문제만 보더라도 국가균형발전 논리보다 정치적인 논리가 우선하고 있다. 정부가 인구소멸정책이나 국가정책 집행에 정신을 제대로 차려야만 한다.

일본의 경우 총무상을 지낸 마스다 히로야는 2014년 마스다 지방소멸 보고서에서 이대로 가면 2040년에 일본의 기초자치단체 절반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냈다. 이후 아베 정권에서 주목받는 지방소멸 극복 정책이 ‘관계인구’라는 개념의 정책이다. ‘관계인구’는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온 ‘정착인구’도 아니고 관광 등과 같은 ‘교류인구’도 아닌, 단기 체류나 자원봉사 활동, 정기적인 방문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지속적으로 특정 지역과 관계를 맺어가는 인구를 말한다. 이들의 힘으로 지역소멸 극복의 동력을 실어 지속 가능한 지역 만들기의 외연을 넓히면서 고향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정립과 노력으로 관계인구의 창조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또, 2008년도에 도입된 ‘고향납세’ 정책도 참고해 볼 수 있다. 자신의 거주지가 아닌 지자체에 기부를 하면 2000엔을 뺀 나머지 액수를 공제해 주는 제도다. 기부를 받은 지자체는 지역특산물로 답례를 한다.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지방소멸 대응 정책이 대도시 위주의 정책으로 실패하고 있는 일본의 미래가 대한민국의 미래가 되지 않기 위해 철저한 준비가 절실하다.
 
이원섭 (객원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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