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우천의 후예, 지리산 자율 레인저
[경일시론] 우천의 후예, 지리산 자율 레인저
  • 경남일보
  • 승인 2021.12.0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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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한중기 논설위원


이번 주말 종영을 앞둔 드라마 '지리산'의 영향으로 요즘 지리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부쩍 늘어났다. 주말마다 국립공원 지리산 천왕봉 정상은 늘 북적인다. 정상 인증 사진이라도 찍을라치면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가능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주로 장년층 이상이 주류였지만 지금은 젊은 층이 대세다. ‘등린이’라는 신조어가 그냥 생긴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지리산 천왕봉 가는 길이 한층 활기 넘치는 분위기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산은 늘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다 보니 주말마다 크고 작은 안전사고로 구조대가 출동하는 일이 다반사다. 지난 일요일에는 통천문 부근에서 한 등산객이 쓰러져 헬기로 후송됐으나 안타깝게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전 주말에는 장터목에서 중산리 방면으로 하산하던 등산객이 다리에 부상을 당해 구조대와 레인저가 긴급 출동하기도 했다. 등산객이 늘어난 만큼 안전사고 발생빈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국립공원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국립공원 레인저와 119구 구조대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촌각을 다투는 생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지리산을 통해 새롭게 각인된 국립공원 레인저들은 주말마다 비상이다. 구조업무와 함께 샛길 같은 비 법정 등산로 통제에 생태보호를 위한 순찰 등 업무가 한 둘 아니다. 광활한 지리산 권역을 일일이 순찰하면서 관리하기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한 것이 민간인으로 구성된 ‘자율 레인저’다. 2014년 처음 발족된 국립공원 자율 레인저의 활약상은 기대 이상이다. 공원관리청 위주의 현장관리를 국민 참여 중심으로 전환시켜 공원자원 보전에 대한 국민공감대를 형성하고, 부족한 공원 현장관리 인력 해소를 위해 도입돼 기대를 모았었다. 12명으로 출범한 경남권 지리산 자율레인저는 이제 26명으로 늘었다. 전직 경남산악연맹 회장을 비롯해 진주를 중심으로 한 도내 전문 산악인들로 구성된 정예멤버다. 해마다 5월부터 11월까지 7개월 동안 주요 등산로에 배치되어 등산객들과 함께 천왕봉을 오르면서 등산객의 안전을 살피고 등산로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등 자연정화 활동도 병행한다. 일반 등산객들이 모두 안전하게 하산했는지 확인하는 일도 자율 레인저의 몫이다. 모든 등산객이 하산하고 어둠이 짙게 깔린 다음에야 하산한다. 이들은 겨울철에도 지리산을 떠나지 않는다. 설경을 찾는 등산객이 늘어나는 만큼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 되어서다. 자율레인저의 활약상은 온라인상에도 종종 등장한다. 대부분 지리산 등산 중 도움을 받은 많은 등산객들의 칭찬퍼레이드다. 칭찬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본다.

사실, 지리산에는 오래 전부터 레인저가 있었다. 지리산 곳곳을 다니면서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등산로를 개척했고 조난자 구조는 물론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하여 움막형태의 대피 공간도 만들었으며, 지리산 등산 안내지도까지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주인공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지리산을 만들기 위해 한 평생 헌신한 우천(宇天) 허만수 선생이다. 그야 말로 진정한 지리산 레인저였다. 아호에서 알 수 있듯이 하늘을 집 삼아 지리산에 살면서 오늘날 이용하는 대부분의 지리산 등산로를 개척하거나 정비했다. 현재 국립공원공단이 하는 일을 혼자서 해 낸 셈이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큰 족적을 남긴 우천 선생은 지리산 신령으로 불렸으나 1976년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다. 이후 진주지역 산악인들은 선생의 높은 뜻을 기려 중산리 천왕봉 가는 등산로 입구에 자그마한 빗돌을 세우고 해마다 추모하며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우천 선생의 지리산 정신이 곧 지리산 자율 레인저로 이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리산 자율 레인저는 우천 선생의 후예라 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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