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코레 디자이어
[경일춘추]코레 디자이어
  • 경남일보
  • 승인 2021.12.1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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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희 수필가·진주문협회원
 


계절마다 추억을 재생하는 음악이 있다. 이를테면 나에게는 할렘가의 갈망(harlem desire) 원웨이 티켓(one way ticket)같은 노래들이다. 장소불문하고 전주만 시작돼도 관절이 알아보는 노래. 둠칫둠칫 몸이 움직인다. 당기고 찌르고 당기고 찌르고 돌고. 아테네학당 그림의 철학자들이 ‘진리는 하늘에, 땅에 있다’를 따지는 시늉을 희화해 고속으로 돌리는 느낌이다.

나이트클럽이 청소년들의 활력소이면서 일탈의 무대였던 80∼90년대. 음악이 거리에 홍수처럼 흘러 몸에 밴 노래다. 지리산 자락까지 흘러온 문화에 초중고 불문하고 아이들이 혹했다. 시골이라 강가가 주무대였고 겨울에는 누에 키우던 잠실이나 누군가의 아래채가 아지트였다. 라디오에 건전지를 갈아가며 좁은 방에 인근동네 아이들이 모여서 불티나게 춤을 추었다. 뭔 뜻인지도 모르고 그저 할렘 디자이어 원웨이 티켓 이 부분에서 떼창을 부르며 열광했다. 사춘기 청소년들이 모여서 놀다 보니 조숙했던 아이들에게는 더러 첫사랑도 생기고 가벼운 스킨십도 있었다. 스위치를 껐다 켰다를 반복하는 조명에 장난기 많은 녀석이 어둠에 3초 간 주는 틈은 짜릿한 스릴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할렘가의 갈망이 뉴욕의 거리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총 대신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하는, 단지 하룻밤의 평화로운 잠과 거리에서 더 이상 싸움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라는 내용은 훗날 알았다. 원웨이 티켓도 슬픔으로 달려가는 편도 티켓이며 상심의 호텔에서 머물다가 돌아오지 않겠다는 내용이란 것도 마찬가지다. 너무나 건전하고 슬퍼서 미안했었다.

그때만큼 몰래몰래 하고 싶은 일이, 땀나게 즐거운 일이 인생에서 얼마나 있을까. 우리만큼 가무에 관대한 민족은 없을 것이다. 흥이 넘치는 민족, 사물놀이에서 울컥하고 ‘대한민국’ 외치면서 하나 되는 것이 산맥을 이어 한류가 된듯하다. 그저 좋아서 하는 일, 이해타산 없이 좋아서 사람을 만나는 하루들이 언제까지일지 무엇인지 모르는 바이러스를 이기는 힘이 될 것이다.

어차피 인생차표도 편도뿐이다. 갈망을 욕망이라 해석해 미친 듯이 엉덩이를 돌리던 그때처럼 흔들어보자. 대한민국 청년들이 일자리 걱정 없고 집 걱정 없이 사는 나라 코레 디자이어. 한번뿐인 내 인생,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아보자. 코레 디자이어 코코코코 하하. 엉덩이도 머리도 팽이처럼 돌려보자. 혼자라도 맹렬하게 즐겁다.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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