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섬, 푸른보석을 찾아서(6)매물도
경남의 섬, 푸른보석을 찾아서(6)매물도
  • 이웅재
  • 승인 2021.12.13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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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정리하며 보내기 좋은 섬 매물도(每勿島)
볼 것도 할 것도 없어 오롯이 자기를 되돌아볼 수 밖에 없는 섬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섬마을 사람들은 물에서 삶을 건져 올렸다. 필요한 만큼만 취했다.

꼬돌개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이곳을 중심으로 초기 정착민들이 살았다. 오랜 흉년으로 모두 꼬돌아졌다(고꾸라졌다)하여 꼬돌개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 힘들게 삶을 일구던 흔적이 섬 곳곳에 남아있다’고 했다.

마을 돌담길 푯말에는 ‘섬마을에서 물은 삶이고 생명입니다. 물에 둘러싸인 마을에서 사람들은 하늘이 내린 물을 자연과 나누어 쓰며 삶을 일구었습니다. 그 생활에는 물이 혈과처럼 흘러 삶을 움직입니다. 자연에 귀 기울이고 산을 신성하게 여기며, 물이 그랬듯 사람도 생명을 물로 기르고, 고이게 하고, 흐르게 하고, 나누고, 갈렸던 생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고 적혀 있다.

 
거제 저구항 운항 시간표
◇현황

통영시 매물도는 섬의 생김새가 군마의 형상을 하고 있어 마미도(馬尾島)라 불렸으며 경상도에서는 ‘아’를 ‘애’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어 매물도, 또는 강한 해풍과 비옥하지 못한 농지 사정 때문에 메밀을 많이 심어 매물도라 불렀다고도 한다. 조선 초기의 한자 지명은 매매도(每每島), 후기에는 매미도(‘每’味島)와 매물도(‘每’勿島)로 표기했다. 이러한 ‘매’, ‘미’, ‘물’ 등은 물을 의미하는 옛말로 육지로부터 아주 먼 바다에 위치해 있는 섬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에 속한 대매물도. 소매물도, 등대도와 함께 묶어 매물도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대매물도만을 매물도라 부른다.

통영에서 직선거리로 약 27㎞ 떨어져 있으며, 통영 서호항에서 출발하면 약 1시간 30분쯤 걸려 도착한다. 배편은 통영 서호항에서는 1일 3회 운항을 하며, 거제 저구항에서도 입도가 가능하다. 통영에서는 1시간 30분, 저구항에서 출발하면 30~40분 걸린다.

대매물도는 면적 1.413㎞, 해안선 길이 5.5㎞이며 중앙에 장군봉(210m)이 솟아있어 섬의 주요 능선을 형성하고 있다. 대항마을과 당금마을 2개의 마을이 있으며 각 마을에서 출발해 장군봉을 지나는 트레킹코스(해품길)는 탁 트인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경치를 듯이 이끌고 있다. 섬 일주에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걷는 둘레길을 찾는 여행객들이 날로 늘고 있다.

 
장군봉 아래 매물도 갯바위 낚시터.
◇소매물도

소매물도에는 28세대 43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 섬엔 중국 진나라 서불이 3000명의 동남동녀를 태우고 불로초를 구하러 가던 중 들렀다가 남겼다는 서불과차라는 글씨가 새겨진 강정(글씨바위) 바위가 있다. 강정이란 이 고장의 방언으로 오랜 세월 풍우(風雨)에 의한 풍화(風化)와 파도의 침식, 그리고 산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물줄기에 암벽이 무너지고 패여 오목 들어간 좁은 개나 동굴을 말한다.

세월의 풍화로 지금은 겨우 그 흔적만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이지만 불로불사약을 찾아오라는 진시황의 엄명을 받은 서불이란 신하가 한반도 남해안을 지나다가 그 절경에 감탄해 글을 새겼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70~80년 전에는 글자를 판독할 수 있을 정도였다는데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다.

소매물도는 두 개의 섬이 붙어 있는데, 밀물과 썰물에 따라 나누어지고 합쳐진다. 한쪽엔 주민들이 민박과 카페, 식당을 운영하며 살고 있고, 다른 쪽은 등대가 있는데 물이 날 때 길이 열린다. 물이 빠져야 건너갈 수 있는 등대섬은 매물도 관광객이 반드시 찾고 보는 유명지가 됐다. 여행객들은 대매물도 둘레길 탐방 후 소매물도에 들러 등대섬을 관광한다. 다만 배시간과 물때를 잘 살펴야 가능하다.

◇등대섬

소매물도 등대가 있는 등대도의 본래 명칭은 해금도(海金島)였으나 등대와 어우러진 모습이 아름다워 2002년 국립지리원 고시에 따라 등대도로 지정됐다. 매물도 관광객 대다수가 등대섬에 가고자 소매물도에 내린다. 물때를 잘 맞춰야 등대섬으로 건너갈 수 있다.

 
대매물도 당금마을 전경
◇대매물도

대매물도는 64세대 105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지만 볼거리도, 즐길거리도 부족한 한마디로 심심한 섬이다. 볼거리 즐길거리가 없어 찾는이가 적다 보니 오히려 낚시객들은 반긴다. 선상낚시 갯바위 낚시가 이뤄진다. 10여분 산길로 이어져 있는 당금마을에는 식당이 없지만 대항마을에는 펜션과 민박, 식당이 있다. 식당은 상설운영 보다는 주문제 운영에 가까워 사전에 주문해야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자연풍경을 경험한다는 것은 고정된 이미지를 보는 것만이 아니라 특정 계절, 특정 시간, 특정 순간의 자연을 구체적으로 혹은 관념적으로 느끼며, 그 속에 사는 사람을 짐작하며, 보는 사람의 정신과 활동을 개입시키는 일이다.

매물도는 수려한 외형과 드라마틱한 여정을 가지고 있는 아주 작은 섬이다. 당금마을에서 폐교, 장군봉, 대항마을로 이어지는 약 3시간 30분 둘레길은 바다를 끼고 가는 명품 산책길에 다름없다. 둘레길 탐방과 적막할 정도의 아늑함은 연말연시 휴식처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당금마을 폐교 운동장을 지나 장군봉으로 향하는 둘레길
◇당금에서 장군봉, 대항으로 섬 일주

길에 얽힌 오래된 이야기들이 전해지는 당금~대항 간 오솔길은 한쪽으로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며, 다른 한쪽은 숲으로 경사진 아름다운 길이다. 보행자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흙길과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바위들, 줄지어 따르는 야생초 언덕 등은 걷는 이에게 행복으로 다가온다.

대항마을로부터 시작되는 등산로는 대나무숲과 개활지, 그리고 숲길로 이루어져 있다. 돌로 만들어진 연속적인 계단식 경계에 의해 예전 경작지로 사용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개활지 동서 양측으로 바다가 내려다 보는 감동과 함께 경작하던 시기의 섬주민들의 노동의 정서를 짐작할 수 있다. 개활지로부터 정상까지의 숲길 나무틈 사이로 보이는 바다의 풍경이 일품이다.

 
꼬돌개 푯말
◇초기 정착민의 역사가 스며있는 꼬돌개의 유래

꼬돌개는 초기 정착민이 들어와서 산 대항마을의 남쪽을 칭한다. 1810년경 첫 이주민이 들어와 현재 꼬돌개라고 불리는 지역에 논밭을 일궈 정착했다. 이 지역은 섬에서 논농사를 지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고 또 심한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지형을 가지고 있다. 주린 배를 달래며 야산 개간으로 생을 영위했던 초기 정착민들은 1825년 을유년과 1826년 병술년 두 해에 걸친 흉년과 괴질로 인해 다 죽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 사람의 생존자도 없이 한꺼번에 ‘꼬돌아졌다(고꾸라졌다의 지역 방언)’해 꼬돌개로 불리었다 한다.

 
‘뚜벅이의 계절여행’을 출간한 섬 여행가 문명길씨가 매물도 선착장에서 장군봉을 가리키며, 섬 여행의 노하우를 설명하고 있다.
◇섬 여행가 문명길(경남섬 서포터즈)씨의 조언

연말 연시 휴식을 취하기 가장 좋은 섬이라는 주제로 섬 여행가 문명길씨와 동행했다. 문명길씨는 2017년 ‘뚜벅이의 계절여행’이란 저서를 출간하며 섬 여행 희망인들의 길잡이가 돼 주고 있다. 경남섬 서포터즈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최근 섬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수년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늘었다”면서 “무턱대고 섬 여행을 나서기보다는 테마를 정해 섬 탐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어 “섬 등대 탐방 또는 섬 막걸리 체험 등 갈곳도 많고 볼 것도 많은 섬을 오랜 시간 지치지 않고 여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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