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포기 하지 마 (Never give up)
[경일춘추]포기 하지 마 (Never give up)
  • 경남일보
  • 승인 2021.12.1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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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청렴 및 학부모교육 강사
 


필자가 다니는 헬스클럽에 ‘Never give up’이라는 글이 벽에 걸려 있는데 불현듯 이덕무가 생각난다. 조선 정조때 이덕무는 너무도 집이 가난해 겨울이 되면 벽 구멍에 얼음이 맺히고 방안의 물그릇이 얼었다고 한다. 입김이 얼어 이불 위에 눈서리가 내린 어느 겨울은 한서와 논어를 벽으로 쌓아 올려 바람을 막아 동사를 면했으며 서얼출신 엄마와 누이 역시 영양실조와 폐렴으로 병사했다고 한다.

이웃집 따뜻한 방안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미칠 것만 같아도 ‘선비가 명예로운 절개를 세울 수 있다면 비바람, 서리에 죽어도 결코 후회는 안한다’는 굳은 신념으로 다시 논어를 손에 잡아 정신을 집중하곤 했다. 냉골이라 눈이 내리면 옆집 할아버지가 눈 치워 주려고 와 죽었는가 확인할 정도로 비참했다..

사흘을 굶다가 맹자를 전당포에 잡혀 아사를 면하기도 하며 마침내 정조에 발탁, 규장각 검서관에 등용됐다. 정조는 이덕무의 책 읽는 소리를 좋아했으며 독서소리가 유약하다며 ‘자신 있게 읽어라’고 용기를 주었으며 이덕무를 사랑하여 무려 520여 차례나 시상하였다고 한다.

맹자에는 ‘하늘이 큰 인물을 낼 때는 그 배를 주리게 하고 그 뼈를 상하게 하며 그의 하는 일을 부족하게 하여 그 사람의 됨됨이를 채우느니라’는 말이 있다. 바로 ‘천강대임(天降大任)’으로 사람에게 큰 임무가 주어질 때는 그에 따라 시련과 역경이 먼저 와서 시험한다는 뜻이다.

절해고도 유배지에서 권토중래를 꿈꾸던 조선 선비들이 벽에 걸어놓고 처절한 고통의 시간을 감내하며 마음을 다스렸던 글귀이다. 유대인도 후츠파라는 독특한 교육을 실시했는데 바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다.

이덕무는 어제는 어떻게 살았고, 오늘은 어떻게 살고 있으며 내일은 어떻게 살것인가? 항상 사흘을 두고 고민했다고 하는데 바로 착념삼일(着念三日)을 일컫음이다. 만약 오늘 저녁 내가 죽는다면 나를 위해 가족 말고 진정 슬피 울어줄 사람은 누구이며, 나는 자식을 위해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이며, 나는 무엇을 후회하며 죽을 것인가? 이덕무는 아니더라도 이런 버킷리스트쯤 한 번은 써볼만 하지 않는가?

인생은 남을 먼저 떠나보내다 마지막에는 내가 먼저 떠나가는 것이고 우리는 남의 욕망을 욕망하다 결국 죽음에 이른다.

나무는 서리를 맞고나서 생기를 느끼고 사람은 시련을 맞고서야 지혜가 생긴다. 아주 가끔은 인디언처럼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내 영혼이 따라올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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