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무 잘못 없는 청년이 벌을 받는 정부의 LH 정원 감축안
[기고]아무 잘못 없는 청년이 벌을 받는 정부의 LH 정원 감축안
  • 경남일보
  • 승인 2021.12.1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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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LH 조직개편 논의가 미궁에 빠져 있다. 올 3월 국무총리가 직접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를 천명한 후, 정부는 모자회사 수직분리를 핵심으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이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평가함으로써 동력을 잃어버렸다. 통제력 강화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주거복지 기능도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일부 직원의 몰지각한 투기 사건에 대한 해법을 기관 차원의 조직개편으로 접근하는 자체가 무리수였다. 3기 신도시, 2·4대책 등 주택공급 정책들을 LH에 일임하다시피 하면서, 그 조직을 해체·분할하는 것은 사실 자승자박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10월 상위직과 하위직 전 직급을 아울러 1064명의 정원 감축안을 확정했고, 지방조직을 중심으로 1000명을 추가 감축할 계획을 발표했다. LH에 입사하기 위해 수년 동안 노력해온 지역의 대학생과 청년들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다. 정부는 일정 수준의 신규채용이 지속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가혹한 정원감축의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

LH는 경남진주혁신도시 이전 후 5년간 276명의 지역인재를 채용했다. 지역인재 채용 비율도 2016년 10%에서 2020년 24%로 꾸준히 늘려 왔다. 서울권과 비서울 대학 간의 취업 양극화가 심화되어 온 상황에서, 지역 청년과 대학생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온 것이다.

극히 소수의 부정으로 긍정적 성과들과 순기능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현실이 안타깝다. 무엇보다도 이런 조치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범정부적 과제인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 지역소멸 방지 또는 국가균형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숙고 없이 발표되는 것이 놀랍다.

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LH는 지난 6월 수립된 3개 분야, 35개 과제의 혁신방안 중 이미 28개 과제를 이행했다. 전 직원 재산등록 의무화, 실사용 목적 외 토지취득 금지, 준법감시관 도입을 비롯해 고강도의 내부 통제장치를 구축한 상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내부통제 장치가 제대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다만, 정치적 논리의 인력감축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3기 신도시의 본격적인 개발, 저소득층과 시민을 위한 주거복지 확대 등을 위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무분별한 인력감축으로 인해 사업추진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기대할 만한 효과는 없되, 정책사업의 추진 차질과 청년 일자리 위축, 국가균형발전 저해 등 심각한 부작용만 우려되는 사안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 게 옳다.

LH 조직개편과 정원감축 등의 과제는 전면 재검토하고, 신규채용 중단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는 청년들을 피해자로 만들지 않도록 정부의 발 빠른 대책을 촉구한다.

당장 LH 입사를 준비해온 젊은이들을 위해 연내 신규채용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왜 죄는 기성 사회와 어른이 짓고 그 벌은 아무 잘못 없는 젊은이들이 받아야 하는가?

권순기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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