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곤충 후각 마비와 종자식물의 번식 저하
[과학칼럼]곤충 후각 마비와 종자식물의 번식 저하
  • 경남일보
  • 승인 2021.12.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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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생물이 무생물과는 다른 특징은 종족 번식의 본능이다. 생물의 수명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종족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와 닮은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생물은 생식을 통해 개체수를 증가시키고, 부모의 형질이 자손에게 전달되는 유전이 일어난다. 생식은 방식에 따라 유성 생식과 무성 생식으로 나누어진다.

무성 생식은 생식을 전담하는 장기나 세포의 형성 없이 자신과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개체 수의 증가가 일어난다. 무성 생식은 주로 진화가 덜 된 하등 생물들에서 많이 일어나며 분열법, 포자생식, 영양생식 등이 있다. 이 방식은 번식이 빨라 환경만 좋다면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수의 자손을 만들 수도 있지만,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하여 급격한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생물이 좀 더 진화를 하면 암, 수 생식 세포의 결합으로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유성생식으로 자손을 번식하게 된다. 암·수에서 각각 만들어진 생식 세포가 수정하는 유성 생식은 생식에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며 무성 생식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새로운 자손을 만들때 염색체의 조합이 매번 달라지므로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생존율이 높아진다.

진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생물들 중 고구마나 대나무 등은 뿌리의 영양으로 번식하는 영양생식으로 자손을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영양상태가 매우 나빠서 뿌리의 영양으로 자손을 만들기가 어려워지면 최후의 수단인 꽃을 피워 종자를 만들어 자손을 번식하려고 시도한다. 그래서 영양이 부족한 대나무가 모든 에너지를 동원하여 꽃을 피워도 이미 영양생식으로 진화된 대나무는 종자를 만들지 못하여 대나무가 모두 죽게 되는 일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식물의 꽃은 중요한 생식 기관이다. 꽃을 이루는 암술과 수술은 식물의 수정과 발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종자식물은 꽃을 피우고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옮겨 붙어 다음 세대로 유전자를 전달하면 씨방에서 씨앗이라는 종자를 만들어 번식을 하는 유성생식을 한다.

식물은 수술의 꽃가루가 바람, 곤충 또는 물 등을 이용해 암술의 머리 위에 닿아 씨앗이 맺히도록 꽃가루받이를 한다. 식물은 가까이 있는 식물보다 멀리 있는 식물과 꽃가루받이를 하여 다양한 자손을 얻어 생존력을 높인다. 전 세계 꽃의 80%를 차지하는 충매화는 벌과 나비 같은 곤충들이 꽃가루받이를 해 주며, 후각과 시각이 뛰어난 곤충을 유혹하기 위하여 향기, 꽃잎, 색깔, 무늬 등을 사용하며 곤충에게 꿀과 쉼터를 제공하며 한다. 꽃가루받이는 주로 곤충들에 의해 수행되는 생태계의 중요한 작용이다. 꽃은 향기를 이용해 곤충을 유인하는데, 거기에는 꽃가루받이 곤충들이 선천적으로 선호하는 화학적 신호가 담겨 있다. 이는 수백만 년에 걸쳐 이루어진 꽃과 곤충 사이의 공진화 관계의 결과물이다.

세계 약 35만여 종의 개화식물 대부분은 번식을 위해 벌, 나비 등 수분 매개자와 관계를 맺는다. 매개하는 동물의 82%가 곤충, 6%는 새, 박쥐와 같은 척추동물이다.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는 자연 생태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오존으로 인한 대기 오염이 심해지면 꽃가루받이를 하는 곤충들이 꽃향기를 잘 맡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오존에 의해 향기가 변하면 평소 좋아하던 꽃의 향기에 대한 매력을 상실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나비는 외부 온도에 의해 체온이 변하는 동물을 변온동물이므로 지구온난화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람의 영향이 덜 미치는 미 서부지역에서도 지난 40년 간 나비가 연평균 1.6%씩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살충제 사용과 기후변화 등의 이유로 꿀벌 종수가 1990년대 이전보다 2006~2015년 사이에 약 25% 감소했다고 미국 워싱턴 국립자연사박물관이 발표하였다.

대기오염은 꽃향기뿐만 아니라 암컷 곤충들이 수컷을 유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성 페로몬도 변화시킨다. 최근 암술과 수술의 수정에 도움을 주는 수분 매개충이 없다면 지구의 개화 식물의 30% 이상이 멸종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비닐하우스에서 채소를 재배하는 농민들은 꽃가루받이를 붓으로 하다가 지금은 꿀벌을 하우스 안에서 키워 꽃가루받이를 하기도 한다. 수분매개자인 곤충이 사라지면 곤충이 담당하던 모든 식물의 수분을 인간이 다시 붓으로 하여야 할 위기가 닥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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