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처음 온 사람처럼
어딘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어 딴 사람처럼 살아보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래도 아쉬워
저 하늘로 돌아갈 수는 없을 때
-송경동 시인 ‘끝집’ 전문
집의 표상은 안정과 그리움이다. 휴식의 공간이자 사랑의 공간이다. 집의 현재성이다. 반면에 그리움은 과거이며 내밀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 공간일 수 있으며,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청국장 냄새 가득한 주방이거나, 무서운 동화를 듣던 뒷방 아랫목일 수 있다. 현재이든 과거이든 집을 떠올린다는 것은 몸이나 마음이 지쳐있다는 증표겠다.
우리는 자주 지친다. 세상 끝에 다다른 것처럼 지칠 때 있다. 그때마다 나만의 내밀한 공간을 떠올리게 된다. 집에 있지만 또 다른 집이 그리워지는 것인데. 번다한 지금 여기에서 벗어나 내 정서에 맞는 장소에서 무명이 되어 살고 싶은 것이다. 그곳에 살다 보면 유년의 집처럼 훼손되지 않은 정서로 회복될 것 같은 것이다. 저 하늘로 돌아가기에 아직은 아쉬우므로 끝집에서 몇 계절쯤 살다 보면, 다시 세상으로 나올 힘이 생길 것 같은 것이다.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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