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진주에 멋진 실크박물관을 짓자
[경일포럼]진주에 멋진 실크박물관을 짓자
  • 경남일보
  • 승인 2021.12.1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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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나는 우연히 지인과 함께 실크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과 점심을 먹었다. 진주 실크 산업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외래어 ‘실크’와 비슷한 말은 명주(明紬)와 비단(緋緞), 견(絹), 금(錦) 등 다양한 이름이 있다. 조지훈의 시 ‘승무’에 나오는 ‘얇은 사 하얀 고깔’이나 ‘박사(薄紗) 고깔’의 ‘사(紗)’도 비단이다. 그리고 ‘비단’에 해당되는 우리말로 ‘깁’이란 말도 있다. ‘누에’란 말도 15세기에 보인다. ‘누에’가 ‘눕다’라는 동사에서 나왔다니 누워 있는 누에의 모습을 딴 것 같아 흥미롭다.

진주는 한국 대표 실크 도시다. 진주가 한때 세계 5대 실크 생산지였다고 하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처럼 진주 실크 산업이 한창 번성할 때는 진주 상평공단에 100여 개 직물회사가 빼곡히 들어차 회사마다 호황을 누렸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절반도 남지 않았지만 지금도 전국 실크의 75%를 생산한다고 하니 진주가 한국 실크 산업의 중심지인 건 분명하다.

실크 산업은 시대가 바뀌면서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있는 대표적인 산업 중 하나다. 그것은 무엇보다 중국에서 밀려들어 들어오는 저가 실크 때문이라는 데 다른 의견이 없다. 우리나라의 농촌 인구가 급격히 고령화되면서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누에치는 잠업이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실크를 짜는 직수가 없어진 것도 실크 산업이 유지할 수 없었던 중요한 원인이 아닌가 한다. 실크를 짜는 일은 고도의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데 학력 수준이 높아진 우리 취업 희망자들이 3D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 실크를 짜는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복 입는 인구가 점점 줄어든 것도 실크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까닭이라고 할 수 있다. 수요가 줄어드니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진주시는 진주 실크 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한국실크연구원을 설립하기도 했고, 많은 시 예산을 들여 실크산업혁신센터를 설립하는 등 실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거기에 실키안이란 진주실크 공동브랜드를 만들어 공동 판매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투자에 비해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 진주가 과거와 같은 실크 산업의 명성을 그대로 되살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한국 실크 산업의 요람이자 중심지라는 귀중한 지역적 자산을 가볍게 보아서도 안 될 것이다. 실크 산업의 재기도 중요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실크를 통한 관광산업에도 눈 돌릴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즉, 실크 도시인 우리 진주에도 중국 쑤저우 실크박물관과 같은 박물관을 멋지게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청주에 잠사박물관이 있기는 하지만 잠사는 실크의 한 부분이기에 진주에 멋진 실크박물관을 짓는다면 잠사박물관보다 그 규모와 내용에서 훨씬 다양하고 알차게 지어낼 수 있다.


인류의 실크 역사에서부터 한국 실크의 역사, 진주 실크 산업의 역사와 과거 생산 기자재들을 보존하여 한 눈에 볼 수 있게 한다든가, 누에가 뽕잎을 먹고 고치를 만들고 고치에서 실을 뽑아 실크가 되는 과정을 실제 볼 수 있게 한다거나, 다양한 실크 제품 생산 과정을 볼 수 있게 하거나, 관광객들에게 실크를 생산하는 체험과 손수 예쁜 염색을 해 보게 하는 체험, 실제 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는 체험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진주가 명실상부한 한국 실크 산업의 중심지임을 전국 아니 세계에 홍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관광객에게 다양한 실크 제품들을 구경하게 하면서 싼값에 좋은 실크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함으로써 관광과 판매를 연계시킬 수도 있다.

진주가 한국 실크 산업의 중심지로 거듭 발전할 수 있고, 전국의 관광객들이 진주 실크박물관을 찾아 북적대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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