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빨판같이 떨어지지 않는 배를 바닥에 대고
낮은 것들에 경배를 한다
서로 어깨를 기대어 안부를 묻고
마른 잎 흔드는 겨울나무 보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
바닥으로 떼 지어가는 자벌레
네 발의 짐승과 등 걸음으로 걸으며
해독할 수없는 상형문자를 남기고 있다
젖은 발아래 경쟁없는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노동을 끝낸 사람들이 모여들고
둥글게 웅크린 등을 바닥에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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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한 장 남은 달력이 이 한해의 마감을 예고 한다.
그리고 바닥을 드러낸 일 년의 시간은 아쉬움과 성취가 교차되어 이제 역사로 남게 된다.
더는 남을 것이 없는, 낮아 질 수 없는 상태의 것들이 모여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면서 견디는 그곳이 바닥이다. 치열한 생존의 제척 지역이기도 하지만 반등의 시작점이기도 하여 늘 바닥에서의 셈법은 어렵다.
함몰과 비명과 아쉬움이 조합하여 깔려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새 역사를 조립하여 창출하는 위험한 곳이기도 하다. 혁명의 기초는 늘 바닥의 울림에서 기초하기 때문이다.
종점이기도 하지만 시작점이기도 한 그 곳의 조용한 회오리를 시인은 깊은 눈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엎드릴 수 있는 지혜와 삶의 방정식은 언제나 어렵고 해법은 스스로가 몫이다.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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