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불가사리 전법
[경일춘추]불가사리 전법
  • 경남일보
  • 승인 2021.12.1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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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희 (수필가 진주문협회원)
 



‘뼈 빠지는 수고를 감당하는 내 삶도 남이 보면 풍경이다’라는 말이 알맞은 시대. 곧게 흐르는 강보다 휘돌아서 흐르는 강이 정겹고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가 더 멋스럽다. 새들도 굽은 나무에 더 많이 날아오고 함박눈도 더 많이 쌓인다. 곧은 나무는 자신을 위해 꼿꼿이 살다가 이기적인 누군가에게 통째로 베어진다. 목표가 정해진 사람은 직선이 수월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앞만 보고 달린다. 가속도가 붙으니 쉴 틈도 아플 틈도 없이 바쁘다.

코로나가 직선으로 달려가는 많은 사람들을 멈추게 했다. 필자도 이월에 2주간 자가격리해 의도치 않는 멈춤을 당했다. 탁 놓고 보니 내가 꼭 해야 하는 일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내가 하지 않아도 아무렇지도 않게 꾸려져갔다. 불안한 시간을 때우려 쓴 글이 방송을 타고 그것이 불쏘시개가 되어 게으름에 방치한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정해진 일 이외에 한 가지를 더해도 삶이 달라지지 않았고 덜 쓰니 덜 버는 것도 크게 문제가 없었다.

코로나가 페스트만큼 오래갈까. 흑사병 병원균인 가래톳은 원래 아시아, 아프리카의 풍토병이었는데 몽골군이 항구도시 카파를 공격하다 시체를 던짐으로서 번지게 되었다. 1347년에서 1352년까지 약 5년 동안 창궐했던 페스트는 유럽인구 1800만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의 인구를 감소시켰다. 특별한 백신없이 죽을 만큼 죽은 후 병이 종식되었다. 그때보다 과학이 괄목할만한 발전을 했으니 내년 봄엔 바이러스가 종식되길 소망한다.

포스트 코로나가 가장 두려운 건 사회변화의 밖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경제적 고립이 된 사람들이다. 어쩌자고 바이러스는 불가사리처럼 재생되고 증식이 되는가.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리듯이 많은 자영업자들이 기다리던 바이러스 퇴치라는 간절한 소식이 아직 없다. 생계지원금이라는 명목의 돈이 곳곳에 조미료처럼 뿌려지지만 해결책은 못된다.

경제적 지층이 두터워지는 지금 인격의 지층이 습곡처럼 어우러져 단층처럼 끊어지지 않아야한다. 파래토의 법칙에 속한 20%의 가진 자들이 80%의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영양제를 나누어주는 바람직한 오늘을 간절히 바란다. 현대판 홍길동이 여기저기 분신술을 쓰면 얼마나 좋을까.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우리도 나눔의 불가사리 전법으로 맞서 보자. 바통 터치를 해야 하는 해갈이 지점이다. 바통을 건네는 이도 받는 이도 나눔으로 함께 가는 희망과 믿음으로 잘 건네주자.

민경희 수필가 진주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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