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숨은 문화재와 스토리텔링
[경일춘추]숨은 문화재와 스토리텔링
  • 경남일보
  • 승인 2021.12.2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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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석 (대아고등학교 교감)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교정에는 제법 높은 기단(基壇)위로 3층의 탑신(塔身)을 쌓아 올린 탑이 하나 있다. 통일신라 말이나 고려 초에 세웠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당시의 석탑 양식 연구에 소중한 자료라고 한다. 그러나 원래 어디에 있던 것인지를 알 수 없어 이름을 ‘진주시 이현동 삼층석탑’이라 붙이고 학교에서 관리해오고 있다.

인근에 있는 여고에는 2.7m높이의 석조 불상이 있는데, 마멸이 되긴 했으나 특징으로 보아 고려시대에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 불상도 ‘진주 상평동 석조여래입상’이라고 이름 붙이고 학교에서 관리해오고 있다. 소중한 문화재가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교정의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문화재청 홈페이지에서 지역 문화재를 검색해보면 주변에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재들이 꽤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문화재들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할 방법은 없을까? 그중의 하나가 요즘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토리텔링’이 아닌가 싶다. 스토리가 지닌 힘은 몇 년 전 많은 관객을 끌어모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 ‘남한산성’을 보면 알 수 있다.

실제 원작 소설 ‘남한산성’에서 작가는 남한산성의 안과 밖의 갈등을 중첩시키며 일부 가상의 인물들까지 설정해놓고 다양한 스토리로 풀어서 흥미 있게 만들었는데, 영화는 여기에다 마지막 부분에 치욕과 패배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의미 있는 장면과 스토리를 보태서 많은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한 것이다.

숨은 문화재들도 주변의 맛집과 함께 서로 이어서 재미있는 스토리를 담은 탐방길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본다. 여기에다 ‘덕을 품은 길’, ‘자비와 만나는 길’ 등 이름까지 붙여가며 탐방객들이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도 생각해봄 직하다.

최근 문화재의 스토리텔링이 상업적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일부 역사가들의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흥미를 끌 만한 재미있는 소재로 이야깃거리를 만들다 보면 역사적 사실과 일부 달라지는 부분이 나오기 때문인데, 고증에만 치우치다 보면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잃어버리기 쉽다.

역사가들과 스토리텔링 마케팅과의 인식의 차이를 좁혀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이는데, 아무쪼록 지역의 숨은 문화재들에 ‘스토리’라는 생명을 불어넣어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길 기대해 본다.

정규석 대아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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