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간통죄, 그리고 소급입법
[경일시론]간통죄, 그리고 소급입법
  • 경남일보
  • 승인 2021.12.2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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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정승재<br>

 

유년시절을 보낸 초등학교에 자주 가본다. 도심으로 옮겨져, 폐교화되어 있다. 그렇게 커 보이던 축구 골대는 양팔을 뻗으면 어떤 공도 잡힐 듯 작아져 있다. 책걸상이 페목처럼 샇여있다. 엉덩이 한쪽만 걸쳐도 모두가 차는 걸상, 가운데 경계선을 그어 짝지와 자리 다툼을 벌였던 책상은 마치 장난감처럼 작았다. 왜 작아졌을까. 몸이 커졌으니 어린 시절의 모두가 작게 보이는 순간착시일 터이다. 익숙하고 당연해 보이는 것들이, 시간과 환경의 변화로 어이없게 다가오거나 낯선 문화로 인식되기도 한다. 
불과 5년 정도 지났을 뿐인데 형법상의 간통제가 골동품처럼 되었다. 혼인에 따라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통정하면 벌금없는 신체형인 징역만 있던 엄중한 처벌이 따랐다. 이전의 형법 241조가 규정한 간통죄가 그것이다. 지난 2015년, 성적(性的) 자기결정권 존중을 이유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한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취지에 따라 위헌으로 판정되어 역사속에 밀쳐졌다. 1954년 형법 개정 이전까지는 간통이 있더라도 유부남은 그 죄를 면하고, 유부녀만 처벌했었다. 지금의 마땅한 남녀평등 사상에 비추면 상상이 불가한 폐습이다. 일부일처제 하의 부부간 성적 성실의무 필연성도 제기됐지만 기본권 존중에 밀려 헌재재판관의 7: 2 판결로 위헌으로 결정된 것이다.  

얼마전 뉴스 중심에 섰던 여군 출신 유명인의 혼외자 논란이 제기되면서 없어진 간통죄가 도마에 올랐다. 사건이 발발한 시점은 2011년으로 그 죄가 있던 때였다. 상간에 의한 자녀 출생이 아니라 성폭행에 의한 임신이었다는 해명이 따랐다. 그 출생비밀 공표를 당사자인 자녀의 동의를 얻어 감행했다고 한다. 믿어야 할 얘기지만 유년기의 10세 자녀와 의논했다는 진술에 고개가 끄덕여지지는 않는다. 마땅히 없어진 규율에 의법(依法)을 상상하기는 무리며 무망한 일이다. 그러나 불법은 아니라도 그것은 사람의 윤리나 규범을 가늠할 가치가 자명하다. 당연히 남녀불문이다. 폐지 이전에 이 죄로 한해만 약 2000여명이 넘는 피고인이 있었다. 소급하면 모두가 징역형을 받게 되지만 그럴 수도, 그래서도 안된다. 헌법에 법률은 사건의 행위시점이 아니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법률불소급’을 뒀다. 헌법 제 13조, 소급입법 금지 원칙이다. 
그런데 법 안정성을 위한 그 규율이 허물어진 전례가 있다. 1995년 YS 정권에서의 ‘역사 바로세우기’명분으로 제정한‘5·18 특별법’이 그것이다. 특정인과 특정사건의 처벌을 위해 법을 만든다는, 소급입법이라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었지만 합헌으로 단락되었다. 당시 권력자의 의지가 관철된 판결이라는 비난도 있었다. 그 특별법으로 얼마전 타계한 노태우, 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은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이 언도되었고 그들의 등장때 탄생한 공화국은 역사에서 지우게 했다. 죄상의 시발은 1979년 12월 12일, 당시 육군 참모총장의 체포였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암살사건 현장에 있었고, 시해범을 상당시간 몰랐거나 숨긴 그 통수권자의 참모인 총장을 수사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때 총장은 집권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인 YS, DJ, JP를 각각 무능, 불순, 타락으로 일갈한 기록이 있다.
역사는 현세 권력으로 재단되지 않는다. 그럴 수도 없는 일이다. 적어도 2000년대 이전까지는 실정법위에 군림한 권력의 ‘통치행위’가 있었다. 들키지 않으면 죽이고 살리고, 뺐거나 주거나 한 일이 있던 때였다. 북한에 현금을 준 것도 그 일환이다. 지금의 찬란한 민주주의 국가의 긴 그림자다. 결코 옹호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죽고 없어진 것에 덮어놓고 돌 던지는 세태 또한 ‘글쎄’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쌓인 사실이 역사다. 치욕도 그것이며, 그 구성원은 우리다. 

정승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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