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아! 지리산
[경일춘추]아! 지리산
  • 경남일보
  • 승인 2021.12.2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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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경해여중 교사, 수필가)
 



드라마 ‘지리산’을 봤다. 스토리는 차치하고. 한반도 남쪽에 우뚝 솟은 거산의 진면목을 제대로 담았다. 16회 차까지 진행되는 동안 세상에서 제일 잘 난 산의 실체가 천하에 알려지는 단초가 분명했다.

한때, 지리산을 추앙해 내 삶을 지리산에 다 맡기고 싶을 때가 있었다. 천왕일출, 반야낙조, 연하선경, 노고운해, 직전단풍, 세석철쭉, 벽소명월, 불일폭포, 칠선계곡 찾아서 때로는 산꾼들에 얹혀서라도 지리산에 갔다.

비에 젖어 완주한 반야봉, 수풀에 떨어진 바늘도 찾는다는 벽소령 달빛에 원 없이 취해 봤다. 동서 길이 45㎞, 삼도 오군 골골들을 온몸으로 걸어 낸 육산을 TV를 통해 본다는 사실이 꿈 같았다.

천왕봉으로 가는 길은 수없이 많다. 거림골 물길 따라가는 길, 한 서린 의신길, 피아골 붉은 길, 화엄사 수행길, 성삼재 노고단길, 뱀사골 화개재를 야생화와 오르는 길, 백무동 하동 바위 마음먹고 가는 길, 추성리 칠성계곡 신선처럼 오르는 길. 모두가 천왕봉을 향한다.

화엄사에서 노고단 동쪽으로 뻗어간 주능선은 임걸령, 화개재, 연하천, 벽소령, 세석고원, 장터목, 천왕봉을 잇는 종주 구간이다. 60㎞, 긴 척추 마디마디 형제봉, 칠선봉, 촛대봉, 삼신봉, 영신봉, 제석봉이 강림한 신선처럼 우뚝우뚝 솟아있고. 숲과 계곡들이 상생하면서 임걸령샘, 총각샘, 선비샘, 세석샘, 천왕샘 맑은 물을 쉼 없이 솟게 하니. 긴 종주길 물 걱정 안 해도 되는 산이 지리산이다. 수림 창창한 지류마다 담대한 폭포들과 옥빛 담소들이 전설처럼 나타난다. 구룡폭포, 무재치기폭포, 칠선폭포, 가내소폭포, 용추계곡 장대한 물줄기는 세속의 소리들이 얼마나 왜소한지 돌아보게 된다.

천왕봉의 백미는 끝없는 전망과 영발에 있다. 북쪽으로 덕유산 향적봉, 남덕유산. 백두대간 능선과 가야산, 동쪽의 밀양 운문산, 양산의 원효산, 남쪽의 광양 백운산과 사천의 와룡산, 서쪽으로 무등산, 월출산, 팔영산 능선들이 굽이치고 물결친다.

영적 기운들이 운집해 있는 천왕봉 정상의 영발은 최선의 선택과 최선의 행위로 최고봉에 오른 이가 받는 영산의 선물이다.

지리산은 진주의 영혼이다. 진주의 전망 좋은 작은 언덕에라도 오를라 치면 지리산이 내려도 보고 있다. 드라마로 담아낸 지리산의 사계가 전 세계 안방을 차지하는 상상을 했다. 또 다른 한류를 예고하는 지리산과 시대의 조류처럼 도래할 진주의 문예부흥을 기대하며 보았던 드라마 지리산이었다.

이정옥 (경해여중 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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