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74)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74)
  • 경남일보
  • 승인 2021.12.2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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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개천예술제 70년 기념 문학부 최계락 아동문학가(1)
최계락(1930-1970) 아동문학가는 진주시 지수면 승내리(승산리) 출생이다. 평론가 윤애경 교수는 ‘문학작품의 배경, 그 현장을 찾아서’(2014, 푸른 사상)에서 최계락에 대해 소상히 밝혀 적었다. 최계락은 광복기 한국 아동문학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문인으로 이형기 시인과 더불어 진주문학의 들녘을 가득히 채우는 시인이다. 그는 지수초등학교에 입학하지만 6학년 때 일반성초등학교로 전학을 가 거기서 졸업한다. 아버지가 일반성면으로 직장을 옮긴 데 그 이유가 있다. 그가 그대로 졸업했으면 진수초등 19회가 된다.

최계락은 1947년 9월 동시 ‘수양버들’이 ‘소학생’지에 추천되어 이른바 소년 등과를 한 셈이다. 중학생이 시인이 되어 등단한 것이다. 1948년 경남일보 기자가 되고 1949년 영남예술제 처음 열리던 해에 진주고등학교를 졸업한다. 고등학교 재학중에 신문사 기자라는 이름표를 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경남일보사는 고교 재학중에 우리나라 아동문학가로 오른 최계락의 문재를 인정해 기자로 부른 것이다(인턴 사원정도일 것이다).

1949년 예술제 백일장에 나타난 최계락은 장원한 이형기를 만나 격려를 했고 그리고 ‘문예’지에 이형기 시가 추천시로 올려져 있음을 알려 주었다. 당장 이형기는 시단의 2관왕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형기에게 더 감격스러웠던 일은 시내에서 학교를 다닌 진주중학의 최계락이 하늘처럼 보이는 때라 그가 와서 인사를 해준 것에 더 감동했다.

최계락은 고교 졸업후 잠시 경남일보에 나와 근무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6·25로 인해 그는 부산으로 가서 대학에 적을 두기도 하고 ‘소년세계’ 편집자를 역임했다 이때는 서울 문인들이 대거 임시수도 부산으로 몰려와 있었다. 그러다가 1954년 진주로 돌아와 2년간 경남일보 문화부장을 지냈다. 그 사이 이형기와의 두 사람 동인지 ‘2인’을 내어 자그만 화제가 되었다.

이 시기 그는 영남예술제 문학부 실무자로 본격적인 일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설창수, 이경순, 김동렬 등의 아낌을 받으며 그 후속 문인이 되는 리명길, 박용수, 하택준 등과 어울렸다.

2년후 그는 부산으로 가 국제신문사 기자로 일하며 1970년 요절할 때까지 꾸준히 동시를 써서 부산문단의 독보적인 문인으로 성장해 갔다. 1959년 첫동시집 ‘꽃씨’(해동문화사), 1966년 둘째 동시집 ‘철둑길의 들꽃’(청운출판사)을 내고는 부산시문화상, 소천아동문학상 등으로 일약 국내 선두그룹 문인으로 나선 것이다. 신문사에서는 문화조사부장, 정경부장, 편집부국장 등을 역임했다.

실제로 부산은 1950년 피난문인들이 서울에서 내려오면서 임시수도요 문단으로로도 중앙이 되었다. 그러나 1954, 1955년 이후 ‘이별의 부산정거장’을 부르며 중앙 문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부산은 다시 적막해졌다. 부산이나 경남이나 피난문인 이후의 공백은 상당했다. 아마도 부산은 그 썰물의 뒤에서 최계락이 상당 기간까지 중심문인으로 우뚝 선 것으로 보인다. 시비를 보면 그 어떤 시인보다도 많다는 것에서 이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용두산공원, 금강공원 등과 해변지대 심심하다 싶은 자리에는 최계락 동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고성과 진주에도 각각 한 기씩 세워져 있다. 특히 진주에는 평거 녹지공원에 이형기 시비 뒷면에 ‘해 저문 남강’이 새겨져 있다. 한 쪽에는 이형기의 ‘낙화’, 그 반대편에는 최시인의 ‘해 저문 남강’이다.

이 시비는 진주 제일로터리 클럽(회장 이어산)에서 세운 것인데 필자의 의견에 따라 양면을 책 펴든 것처럼 두 편을 새긴 것이다. 이에는 두 사람이 동인지를 낸 것처럼 오순도순 시 나누기로 영혼의 친교를 영원히 맺고 살아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아마도 국내 시비에서 이런 우정과 시사적 의미가 결합된 경우는 이 시비가 처음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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