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올해의 사자성어와 유권자의 역할
[경일포럼] 올해의 사자성어와 유권자의 역할
  • 경남일보
  • 승인 2021.12.2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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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한 해를 성찰하고 앞으로의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자는 취지에서 2001년부터 교수신문이 선정해온 ‘올해의 사자성어’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아왔다. 역대 선정된 사자성어로는 2001년의 오리무중(五里霧中)부터 시작해서 이합집산(離合集散), 우왕자왕(右往左往), 같은 의견끼리 어울리고 다른 의견은 배척한다는 당동벌이(黨同伐異), 위에는 불 아래에는 연못이라는 상화하택(上火下澤), 구름은 잔뜩 끼었는데 비는 오지 않는다는 밀운불우(密雲不雨),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자기기인(自欺欺人), 병을 숨겨 의사에게 보여주지 않는다는 호질기의(護疾忌醫), 서려 있는 계곡과 구불구불한 길을 의미하는 방기곡경(蒡崎曲徑), 머리는 감추었는데 꼬리는 드러나 있다는 장두노미(藏頭露尾),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엄이도종(掩耳盜鐘), 온 세상이 다 혼탁하다는 거세개탁(擧世皆濁), 차례나 순서를 바꾸어 행한다는 도행역시(倒行逆施),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다는 혼용무도(昏庸無道), 임금은 배고 백성은 물이라는 군주민수(君舟民水), 사악한 것을 부수고 생각을 바르게 한다는 파사현정(破邪顯正), 책임은 무겁고 길은 멀다는 임중도원(任重道遠),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를 뜻하는 공명지조(共命之鳥),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비롯해 이번 2021년의 묘서동처(猫鼠同處)에까지 이르고 있다.

2021년 올해는 세계적 역병인 코로나19가 발병한 지 2년이 지나고 있는데도 진정의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오미크론 변이로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정치권은 내년 3월의 대선을 앞두고 자기 잇속 챙기는 데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하여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함께 한패가 됐다’라는 뜻의 묘서동처가 2021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되었다. 이어 ‘사람과 말이 모두 피곤하다’라는 뜻의 인곤마핍(人困馬乏)이 2위를 차지했다. 또한 3위에서 6위를 차지한 이전투구(泥田鬪狗), 각주구검(刻舟求劍), 백척간두(百尺竿頭), 유자입정(孺子入井) 모두 비슷한 취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결같이 우울한 메시지다. 이러한 분위기를 지혜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내년 대선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정당간, 후보자간 미래비전을 다루는 정책의 대결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각 캠프의 영입 인재들은 부디 단순히 표를 동원하는 거간꾼의 역할에 내몰리지 말고 현 상황에 대한 우려들을 녹여 내는 생산적인 정책들을 조목조목 제시해 주면 좋겠다. 또한 언론은 후보자의 정책 변별력을 통해 유권자가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세련된 분석 정보를 제공해 줄 의무가 있다. 주요 후보자에 대한 비호감도가 유난히도 높게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에 급기야 가족 리스크까지 얹혀진 탓으로 인물검증 관련 보도 거리는 많겠지만, 이로 인해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한 비전과 정책이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2021년 올해의 사자성어의 최종 후보로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가뭄 때 구름과 무지개를 바란다는 뜻의 운예지망(雲霓之望)”은 2022년 새해 국민의 소망을 담아내는 희망의 메시지로 적합해 보인다. 추천인인 경상국립대 한상덕 교수의 평가처럼 “정치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코로나19를 조속히 극복해 내고 일상의 도래를 갈망하는 국민의 바람”이 반영되는 새해가 되면 좋겠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유권자가 내년 대선에서 투표권의 가치를 인식하고 소위 ‘나쁜 정치’에 항의하는 굳건한 마음으로 그 권리를 신중히 이행해야 한다. 부디 민생과 국가 장래를 위한 정책의 옥석을 잘 가려내는 유권자의 슬기로움이 ‘역대급 최악의 대선’이라는 난감한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희석하는 마지노선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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