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행복한 사람
[경일춘추]행복한 사람
  • 경남일보
  • 승인 2021.12.2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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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희 (수필가, 진주문인협회 회원)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선택 중의 으뜸은 직업이다. 나를 증명하는 일이며 날마다 내가 주도 하는 멋진 놀이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기적이 이루어져 하는 결혼이다. 그 다음은 좋은 친구를 만들어 인생길을 산책하며 동행하는 것이고 그 이후에는 이 모든 것을 편안하게 만들어 줄 좋은 지도자를 뽑는 것이다. 결혼은 나 하나만 문제가 되는데 지도자를 잘못 선택하면 온 나라가 불편하다.

황허 강 상류의 하진을 일명 용문이라 하는데 흐름이 매우 빠른 급류가 있어 많은 잉어들이 그 급류를 거슬러 오르려 하지만 거슬러 오르는 잉어가 거의 없었다. 만일 오르면 용이 된다는 글이 ‘후한서’에 실려 있다. 한편 이백의 시 ‘삼주기’에는 용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잉어의 이마에는 상처가 나는데 그것을 점액이라 했다. 등용문을 통과한 잉어가 겨루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요즘 점액 투성이인 잉어들이 상박을 하니 신명이 날 리 없다. 난세에 난다는 영웅은 어디에 있나. 간절한 마음이다.

코로나는 정부가 세금만 거둬가는 괴물이 아니라 공공의 목적이 아니라도 개인에게 환원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해 주었다. 국가와 개인이 남남이 아니라는 걸 증명한 놀라운 사건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한석봉 이야기를 외국 사람에게 들려줬더니 “밤에 칼 잘 쓰는 무서운 여자이야기다. 석봉이 어머니는 왜 아들과 대화를 하지 않고 떡만 썰고 있는가. 좋은 엄마라는데 동의할 수 없다” 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관점이 다르면 모든 일이 달리 보일 수 있다. 힘들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별일 없어?” 물으면 “당근” 하고 답하는 가족이 있어 오늘도 웃는다. 고생 끝에 낙이 올 것인지 골병이 들게 될지는 어떤 태도로 임하냐에 달렸다. 가족이 있고 희망이 있는 한 고생도 달다.

새해라는 건 따지고 보면 오늘 다음날의 연속이고 새로울 것도 크게 없다. 모두가 낯익은 작년 것들일 뿐이다. 새로운 것도 언젠가는 낡은 것이 되고 만다. 사람만이 낡은 사람이 되지 않고 깊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어제 본 오늘을 반갑게 맞이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끊이지 않으면 날마다 새날이다. 작년 것들에서 달라지는 건 언제나 사람이다. 나를 위해 나라를 위해 좋은 사람 만나기를 그리고 좋은 사람 되기를 소망해 본다. 최상의 행복은 일 년을 마무리할 때 연 초 때의 자신보다 나아진 자신을 보는 것이라 한다. 모두가 좀 나아진 사람 행복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민경희 수필가 진주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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