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내년에는 봄바람같이
[경일춘추]내년에는 봄바람같이
  • 경남일보
  • 승인 2021.12.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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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청렴 및 학부모교육 강사
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청렴 및 학부모교육 강사


세밑의 그늘이 깊다. 젊은 날 혹사한 몸 달래며 한 해를 건너왔다. 아내도 예전 같지 않고 영원히 재롱만 떨 것 같았던 손녀도 어릴 적 날 따르던 모습이 아니다.

영원히 내 곁을 변치 않고 지키는 건 자연과 내 그림자 뿐이다. 장유는 제 그림자를 보며 ‘영영(詠影)’이란 詩를 읊조린다. ‘등불을 뒤에 두고 앉자 내 앞에 내가 있다. 내가 고개를 돌리니 저도 돌린다. 그는 등불 앞에서만 제 모습을 드러낸다. 달빛 아래 홀로 가는 밤길에도 그는 나의 길동무였다. 벗과 가족이 나를 떠나도 그는 늘 내 곁을 지켰다. 그를 잊고 지낸 내가 부끄러워 머리를 긁자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여보게, 주인공! 나 여기 있네. 자네에겐 내가 잘 안 보여도 나는 자네를 늘 지켜보고 있었지. 한 해 동안 정말 애썼네. 우리 또 한 번 기운을 내자고. 자꾸 허망한 것들에 마음 두지 말고 실답게 살아야지. 작위하지 말고 순리에 따라 사세나 내가 고개를 끄덕이니 그도 고개를 끄덕인다."

소동파는 정처없는 우리네 인생을 기러기가 잠시 눈밭 위에 앉았다 가는 것이라며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했다. 所有知足(소유지족), 知足者富(지족자부)라~ 만족한 줄 아는 사람이 가장 큰 부자다.

‘종 두면 말 타고 싶고, 말 타면 牽馬(견마) 잡히고 싶다.’ 인간의 욕심은 소금물을 마신 것과 같아 한이 없다. 부자가 인색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한무제 때 동박삭은 남에게 미움을 받지 않는게 으뜸이고, 맹자는 40이 넘어 남에게 미움받으면 인생 끝이라 했다. 추하게 나이들면 안된다는 뜻이리라.

진무경(陳無競)이 말한 타인을 포용하는 방법은 이렇다. ”남의 참됨을 취하려면 융통성 없는 점은 봐주고 질박함을 취할 때는 그 어리석음은 너그럽게 넘기며 단점을 통해 장점을 보아야지 장점을 꺼려 단점만 지적해서는 안 된다.

진실한 사람은 외골수인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좋은 점을 보아 단점을 포용한다. 나 자신에 들이대는 잣대는 매섭게, 남에게는 관대하게. 바로 ‘박기후인’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다 힘들고 지치고 당황스럽고 눈물겨울 때가 있다.

 그런데 어차피 내 눈물의 의미를 나 이외에 그 누구도 해석할 수 없고, 내 고민의 깊이를 그 누구도 정확히 잴 수 없다. 내 마음의 문을 열고 감싸주는 건 열쇠가 아니라 따뜻한 말 한마디다.

내가 바라는 말 한마디! 내년부터는 봄바람같이 포근하게~ 무더운 여름날 소나기같이 시원하게~ 힘든 내 이웃에게 위로의 말 많이 해주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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