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진정한 주인정신을 실천하는 사람을 뽑아야
[경일포럼]진정한 주인정신을 실천하는 사람을 뽑아야
  • 경남일보
  • 승인 2022.01.0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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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숲은 여러 나무와 풀들로 평화로운 모습을 그려내고 있지만, 사실 숲에서는 수많은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요. 소란스럽지 않고 금세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숲을 보면 달라진 느낌을 지울 수 없죠. 그것은 숲을 바꾸려고 한 인간의 노력 이전에 숲이 스스로 그 숲의 공간을 아름답고 건강한 곳으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표현된 모습입니다. 숲에는 큰 나무도 있고, 작은 나무도 있고, 눈에 띄지 않는 풀과 그곳에서 터를 잡고 사는 야생동물이 있어요. 그렇다면 이곳의 왕은 누구일까요? 멀리에서도 눈에 확 띄는 우뚝 선 소나무일까요? 품을 너르게 펼치고 그림자를 한껏 드리운 느티나무일까요? 아니면 큰 나무들을 보좌하면서 큰 나무 아래에서 넓게 자리한 관목들일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숲의 구성원들이 그 자리에서 잘 자랄 수 있도록 뿌리를 넓게 뻗쳐 자양분이 되는 토양이 쓸려가지 않도록 해 주는 풀들일까요? 사람들이라면 키도 비슷하고 몸집도 적당히 비슷한 나무들을 심어 공평하다는 느낌이 드는 숲(인공림, 人工林)을 만들어 그것이 공평한 숲이라고 할 테지요. 그러나 자연의 천연숲은 그렇지 않아요. 큰 키 나무도 있고, 작은 키 나무도 그 아래서 평온하게 태풍이나 돌개바람을 피할 수 있는 큰 키 나무의 보호로 자라고, 그 아래 더 작은 나무들과 풀이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숲을 만들죠. 그들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하는 숲이 먼 훗날까지 오래도록 살아남아 아름다운 숲을 만들죠. 그것이 천연림(天然林)으로 오늘날 아름다운 숲이라고 불리는 숲이죠.

숲에 들어보면 우람한 소나무며 느티나무며 멀리서 보아도 우뚝 솟아난 나무는 숲의 왕이라고 불릴 만하지만, 벌목업자의 처지에서라면 당장 그 나무부터 베려고 할 거예요. 나무 가치가 높아 이득이 많을 테니까요. 얼마 안 있으면 우리나라도 새로운 대통령을 뽑을 거예요. 그렇다면 어떤 대통령을 뽑을까요? 무조건 큰 나무가 되고 싶은 대통령일까요? 아니면 작은 나무들과 잘 어울리면서 자연스러운 숲을 만들어가는 숲의 보통 나무 같은 대통령일까요? 필자는 숲의 관점에서 생각해 봤어요. 우선, 숲의 우두머리는 한 그루 있는 큰 나무를 이야기하지 않아요. 우점종(優占種)이라는 숲의 개념에서라면 그 숲의 중심이 되는 가장 번무하는 나무를 말하죠. 그 우점종은 그 숲의 중심에서 그 숲을 이끌어가는 나무들인데요. 이런 말이 있어요. 도산 안창호 선생의 ‘주인 정신’ 중 진정한 주인이라는 말은 보조자로서의 주인이라는 거죠. 자기가 최고라는 생각 이전에 보조자 즉, 숲을 이루는 구성원들이 주인이라는 거죠. 한 나라를 말한다면 국민을 말하는 거겠죠. 그래서 숲의 주인은 그 숲을 이루는 모든 나무와 풀들을 말하는 건데요. 숲은 그 숲을 이루는 큰 나무, 작은 나무, 풀 모두가 하나가 되어 숲을 구성하고 지키고 아름답게 하거든요. 그렇다면 그 같은 숲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 다가올 대통령 선거를 생각한다면 진정한 주인 정신을 지닌 후보를 선출해야겠죠. 국민을 섬기고 국민을 주인으로 여길 수 있는 사람 말이죠. 우듬지 나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보통의 나무라도 작은 나무, 풀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는 큰 나무 말이죠. 혼자 잘났다고 뻐기고 숲을 지배하려고 하는 나무 말고, 멀리서 보아 보이지 않더라도 어울려 하나 되는 나무처럼 말이죠.

그런 숲이 건강한 숲이지요. 우뚝 혼자 서 있는 나무는 어느 순간 베어 지기 십상이죠. 그런 나무를 선택한다면, 그 숲은 오래가지 못하는, 발전 가능성이 없는 숲이 되고 말아요. 우점종이라고 해도 그 우점종은 한 그루가 아니거든요. 가장 많은 개체 수와 집단의 조화가 이루어낸 종이니까요. 숲은 그래야 건강하고 오래도록 번성할 수 있는 우주가 되죠. 다가올 대통령 선거에는 이런 조화와 진정한 주인 정신을 실천하는 분을 뽑아야겠죠. 숲에서도 그러니까요.

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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